기쁨의 빛인 성가정

 

 

 

 

 

기쁨의 빛인 성가정

 

 

오늘은 성탄 축일 다음의 주일 성가정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세상으로 들어오신 예수님과 그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성모님 그리고 예수님과 성모님을 돌보고 살던 가장 요셉의 이야기 통해 가정의 중요함을 말합니다. 우리 모두 성가정을 이루어 살고자 합니다. 세례를 받고 복음의 말씀으로 충만해서 자녀들도 성당에 잘 나가고 부부가 교회에 봉사는 물론 기도생활과 신앙생활이 모두 만점을 받는 가정을 성가정이라 할까요? 만약 그런 가정이 성가정이라면 이 세상에 성가정은 얼마나 될까요?

 

예수님과 마리아 그리고 요셉의 가정이 성가정의 완벽한 모델입니다. 그럼 그분들의 가정은 어떤 가정이었습니까? 먼저 경제적으로 보면 형편없을 정도로 불행한 가정이었습니다. 요셉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직업이 목수였습니다. 당대의 목수는 가난한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난한 요셉의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한다면 물질이 부족해 성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물질 때문에 성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자여서 행복한 것만 아니고 가난해서 불행하지 만은 않습니다. 만약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물질이라면 예수님의 가정은 물질의 풍요로움이 넘쳐났을 겁니다. 그러나 물질이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예수님과 마리아는 가난하게 사신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가정이 많습니다. 물론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삶이 편하겠지만 편한 것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가난해도 행복한 성가정이 될 수 있음을 예수님과 마리아 그리고 요셉의 성가정이 가르쳐 주십니다.

 

부부간의 갈등도 많았던 가정이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이었습니다. 함께 살기도 전에 마리아가 임신하자 요셉은 조용히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을 만큼 갈등과 오해로 그들의 부부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에 갈등 없는 부부는 없을 겁니다.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가족이 주는 아픔을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의 힘'으로 덮어 사는 가정이 성가정입니다.

 

자녀가 속을 썩이지 않아야 성가정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부모님 속을 많이도 썩였습니다. 아기 낳을 방이 없어 짐승 우리인 마구간에서 낳았고, 아기를 낳고도 이름 없는 목동들의 축하를 받긴 했지만, 그 아기를 죽이려는 헤로데 왕 때문에 한밤중에 이집트로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예수님이 12살 때에는 그분을 잃어버려 사흘이나 찾아 헤매는 동안 피 말리게 애간장을 태워야 했고,  예수님은 어머니 앞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자식이 죽는 모습을, 그것도 자랑스럽게 죽는 것이 아니라 치욕적으로 죽는 모습을 봐야 하는 고통까지 겪으셨습니다. 예수님보다 부모 마음을 더 아프게 한 자식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가정은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고 생명이 성장하는 '울타리'입니다. 그 '울타리' 안에서 생명은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그곳에서 말하고, 행동하며 판단하고 올바로 사는 것은 무엇인지를 배우는 중요한 학교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강생하신 것처럼 생명의 강생이 이루어지는 거룩한(聖) '울타리'(家庭)입니다. 세상이 어두움으로 두려워 할 때 하느님의 빛이 생긴 것처럼 가정은 또 다른 세속이기에 빛과 어두움이 공존합니다. 어머니가 자녀 때문에 겪는 아픔도, 배우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어두움이지만, 요셉이, 마리아가 지니셨던 마음을 가슴에 새김으로 빛을 받아들이는 거룩한 곳이 성가정입니다. 자녀의 삶을 이해 못하는 아픔, 품에 안고만 살 수 없어 아쉽고 슬프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고통, 서로가 달리 보는 시각 때문에 오는 어려움, 이 모든 고통과 갈등은 어느 가정에든 공존합니다. 해서 가정 안에는 예수님이 필요하고, 요셉도, 마리아도 필요합니다. 누가 요셉이 되어야 하고 누가 마리아가 되어야 합니까? 가정 안에 있는 어둠을 물리치고 빛으로 밝힐 십자가를 누가 지고 가야 합니까? 해서 거룩함(聖)은 저절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오늘 제 2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도 이렇게 권고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또한 한 몸 안에서 이 평화를 누리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콜로 3,13-15).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가 가족들 간의 화해와 일치, 용서와 사랑, 그리고 내적평화의 뿌리여야 합니다. 마치 어머니 마리아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며 주님을 신뢰하신 것처럼 우리도 가슴에 간직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요셉의 갈등이 주님이 주시는 용서와 사랑과 내적인 평화의 삶으로 어두움을 물리치고 빛을 받아들이신 것처럼 우리도 사랑의 끈으로 묶여 서로 참아주고 용서함으로 빛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이 주님 사랑의 표지이며 성사인 것처럼 우리 가정도 세상에 작은 교회가 되어야 하고 세상의 어두움을 밝혀줄 기쁨의 빛을 비추는 거룩한(聖) '울타리'(家庭)이여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의 모든 가정들이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사랑의 끈으로 묶여 그리스도의 평화가 가득한 성가정 이루어 사시길 기도합니다.

 

 

– 김두진 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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