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으신 바람

싱그러운 계절, 5 월이라는데도
그날은 아직도 추웠습니다.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 아유, 추워 죽겠네. “

이튿날 아침이 되자,
변덕스런 시카고는 느닷없이 땡여름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또 말했지요.
” 아이그, 더워 죽겠네. 날씨가 돌았나? “

그것도 잠시.
한 이틀 지나자, 그야말로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산들 산들.
어디에 내놔도 흠 잡을데 없을 기똥찬 날씨가 되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말을 안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또 말했습니다.
” 야, 정말 시카고 날씨 한번 끝내주는군. 기가 맥혀.”
” 좋아 죽겠네. “

좋으신 하느님이 듣고 계셨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매일 연신 죽겠다는 사람들 소리가 들려오는가 귀를 기우리셨겠죠.
아마도 참 좋으신 하느님이시지만 이러지 안으셨을까 염려되었습니다.

” 야, 정말이지 저들 내가 낸 저 백성들이 저렇게 흐려도 죽겠고 맑아도 죽겠다며
  변덕이 죽 끓듯하니 나야말로 속상해 죽겠네. “

                                                    * * *

어디 날씨뿐일까요?
우리들의 삶의 여정에는 맑은 날 뒤에 비구름을 만나고 천둥 번개에다 지진 홍수도 만나 근심 걱정에다 혼란에  침 튀기는싸움도 하게 될테지요.

아마도 구약시대 말고는 세상이  지금처럼 혼탁하고 어지러운 때가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전쟁, 불경기 말고도 우리가 만나고 있는 어려움은 이루 다 열거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기름업자들은 바다를 온통 기름으로 뒤섞어놓고
대통령이란 자는 엄마의 탯속에 숨쉬고 있는 어린 생명을 맘대로 굵어내 죽이라는 거나 다름없는 법에 서명을 하고 자동차회사 사장이라는 자는 회사는 망쳐놓고도 자기는 평생 잘먹고 살만큼 장만해 놓고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돈 빌리러 다니는 몰염치를 부리고…..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부도덕해지고 부끄러운지도 모르고서야 어떻게 좋은 세상 만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이 지구가 그 참을성의 한계가 넘어 몹씨 화가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화산이 터지고 사방에 지진이 나고 홍수에 … 사람들을 향해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이 아름답게 지어서 넘겨주신 땅을, 자연을 이렇게 사람들은 훼손하고 있으니.
많은 재앙은 자연재해도 있겠지만 인재가 원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제 개인적으로도 자책감을 떨칠 수가 없어 보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오늘은 마침 현충일.
뉴스를 보려고 테레비를 켜니 기념행사에서 유가족을이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리가 야외로 연휴를 즐기러 나가고 바베큐를 먹고 마시는 이 시간에도 젊은 생명들이 전장에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 * *

더위에도 창을 여니 저녁의 서늘 바람이 조금 일고 있습니다.
바람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창가에 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 바 람 )

나는 바람이외다
당신이 오라면 왔다가 가라시면 가지요

당신처럼 어느 한 집에 머물 곳 없는 나 이기에
오며 가는 일이야 내 업이잖소

하오나 때론
당신이 부른 일 없다해도
난 오기도 또 가기도 하외다

당신의 정에 주려 못내 고파지면
회오리가되어 심술로 몰아치기도 하오만
그게 내 참속내는 아니외다

오히려
당신 이마에 영근 땀 닦아주는 따스함이
진정 내 마음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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