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쫒겨간 길수씨



( 그래도 기본은 있어야죠 )

 

입으로는 늘 성형미인을 성토하고 9988124 어쩌구 그런 일에만 쫓아다니는 이들을 흉을 보는

나였지만 은근히 엉큼한 나는 기왕이면 좀 젊게 보일수 있을까싶어 의논이라도 해 볼까 하고

소문난 성형과의사를 찾아갔다.

 

그날은 구름이 잔뜩 끼고 비도 오락가락 하는데도 나는 짙은 썬글래스를 쓰고갔다.

뭐, 왜는 왜겠어. 

혹시 그곳을 나보다 먼저 찾아온 우리 교우라도 만나 날 알아볼까 그래서였지.

 

내 얼굴을 필요 이상으로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의사는 말했다.

 

” 참,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하고 그렇지만 말이지요.

   제가 무얼 어떻게 해볼래도 최소한의 기본은 골격에 있어야 생각해볼 거 아닙니까 ? 

   그냥 체념하고 그렁저렁 사세요. “

아주 실망하여 문은 닫고 나오는데 방에서 중얼거리는 의사의 말이 새 나왔다.

 

” 아니 저사람은 기본양심도 없나 ? “

 

 

 

( 영어로 미국사람까지 웃긴 나의 죠크 )

 

나는 주제넘게 어설픈 유모어를 한답시고 까불다가 제발에 걸려 넘어지는 때가 많이 있다.

그러면서도 주책은 멈출줄도 몰라 이웃을 염려하게 한다.

 

이젠,

미국에 첨 왔을 때보다도 아주 훨신 영어가 능숙해졌다고 자부한 나는 

이정도면 현지인인 미국사람도 한번 웃길만하지 않을까 하는 위험한 수위까지 생각이 다다랐다.

 

” 헤이, 미스타 유다. 하우 아 유. “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순조롭게 나갔다.

그리고는 내친김에 미리 생각했던 유모어를 영어로 거침없이 한참이나 진행해 나갔다.

아마 쉬지않고 한 오분쯤 지나자,

드디어 나의 미국인 친구, 유다는 참을수 없다는듯이 배를 잡고 깔깔 웃어댔다.

그러면서 손을 저어 나더러 그만하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그러면 그렇지. 아 ! 드디어 나는 이정도 수준에 이르렀구나. ‘

 

” 아, 그래. 미스타 유다. 어떤 대목이 더 유모러스 합디까 ? ‘

 

그가 웃은 이유는 오분이나 참고 기다렸는데  단 한마디도 내가 무어라고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였다.

 

 

( 뜨겁던지 차던지 해야지  )

 

그날 저녁,

소공동체의 공식모임을 마치자,

 각각 종이접시에 평소에 먹던 양보다 아주 더 많이씩 담고는 한국사람들만이 하는 습관대로 

자매님들은 저쪽으로 또 그들의 남편들은 따로 이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여 앉았다.

오래동안 그렇게 해 온 터이므로 누가 시킬것도 없이 기계처럼 정확하게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남녀는 그렇게 나뉘어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자매들쪽에서도, 형제들 쪽에서도 언제나 하듯이 화제를 먼저 던지는 사람이 말을 시작하였다.

 

남자중에는 골프 핸디가 제일 낮다고 평이있는 이가 어제는 너무 잘맞았고 그래서 한 오십 미터만 더

잘맞았으면 하마트면 홀인원도 했을지 모른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한 50 미터만 잘맞았으면 여러사람 놀랄 뻔 했다.

 

그러자,

주량이 세다는 그이는 골프는 못치기 때문인지 얼른 화제를 돌려 자기가 투자한 부동산 값이 오르지 않아

신경질 난다고 했다.

 

부동산도 없고 골프도 못칠뿐만 아니라 무엇 하나 할줄아 는 게 없는 나는 커피나 한잔 마시면

더 좋을 게 없겠는데 그 생각만 하며 앉아있었는데 바로 그때였다.

저쪽에서,

주인댁 자매님이,  ” 뜨거운 편이예요, 찬 편인가요 ? ” 하고 곁에 앉은 이에게 묻고 있었다.

 

내가 먼저 큰소리로 청했다.

” 뜨겁던지 차던지 상관없고 그냥 설탕과 푸림만 조금씩 타 주세요.

 

그러자 온 자매님들이 폭발하듯이 깔깔대며 웃었다.

웃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날 일제히 바라보며 웃었다.

그런데 쳐다보는 표정들이 나에게, ‘ 뭐 저렁 게 다 있어, 세상에. ‘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내말에 웃은 이유는,

자매님이 물은 이유는 커피얘기가 아니고 믿음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날에도 망신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난 뭐 되는 일이없어. ‘

 

 

(  아 ! 세월도 빠르고 성령께선 )

 

어느새 오월도 지나가고 그래서 달력을 또 한장 넘기려고,

우리성당의 달력을 들여다 보니 거기엔 (성령강림) 의 그림이 있었다.

그런데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그림에 찍힌 이들은 모두 성령을 받은  영광된 거룩한 이들이었는데 한결같이 얼굴에 있는 코가 

엄청 긴 것이 특징이었다.

 

나는 달력을 넘기는 일을 멈추고 얼른 거울앞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나는 평상시보다 더욱 사기가 떨어지고 시무룩한 기분이 되었다.

 

내 코는 거기 성령 받은이들에 비해 한 삼분의 일이 될까 말까 했기 때문이었다.

 

종일 가라앉은 기분으로 있다가 그기분을 좀 전환시킬까 하고 밖으로 나가면서도 

여전히 나는 손으로 코를 쥐고 있었다.

 

” 아니 오늘은 또 뭔일로 코를 웅켜쥐고 있냐 ? 감기 걸렸나보구나. “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는 할머니들이었다.

 

감기는 아니고 성령강림 얘기를 해 드렸다.

 

” 신경 쓰지말고 억울한 코는 내버려두고 잊어버려. 어림없는 소리야.

  네가 성형과에 가서 코를 길게 늘린다고 성령을 받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신경 꺼. “

” 아니, 왜 할머니는 날 못잡아서 그래요 ? 그건 악담이잖아 . “

 

 ” 악담 아니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였다면 우리가 왜 그러겠어 ?  꿈 깨. “

외촐하려던 나는 그냥 방으로 되들어왔다.

나간다고 기분이 돌아설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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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통스런 내가,  나 혼자만 성령을 못받았다면 억울하니까 그래서 말이지만,

우리 공동체에서 저만큼 코가 긴 이들도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 글쎄.

 

 

 

( 공항에서 쫓겨 한국으로 되돌아간 길수씨 )

 

한국에 살 때 친했던 길수씨가 며칠전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 오랫만이요, M형. 며칠만 있으면 우리가 미국에서 이웃으로 살게될 것 같소이다. 그때 봅시다. “

 

며칠이 아니고 한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더니 오늘 또 메일이 왔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중에 갑자기 수사기관에서 여러명이 들이닥쳐 에워싸더니 조사한다고 법썩대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편으로 추방당했다고 했다.

 

잔머리가 잘돌아가는 나는 그에게 왜 그렇게 됐느냐고 묻지않고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그가 입국서류에 기입란 그 이름의 스펠링 때문이었을 것이다.

 

(  Kill & Sue ) 그렇게 써 넣었을 게 틀림없다.

한글로 쓴 이름 길수는 아무 문제도 없고 오히려 좋은 이름이라고 그렇게 개명하려는 이들도 꽤나

많았을지 모르지만 ,  여기서는      Oh, NO !        Please don’t kill anybody or sue nobody.

노, 노 , 노, 노, 놋, 놋 앤드 노우 !

 

노 ! 라고 한 번이나 꼭 더하고 싶으면 두 번만 해도 다 알아들을텐데 왜 그렇게  No.에 한맺힌 사람처럼.

쫓겨가면서도 길수씨는 참 기분 나뻣을 것이다.  

 

아마도 테러용의자 취급을 받아 그의 이민계획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나에게도 조금 책임이 없다고 말할수 없다.

그가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스펠링을 환기시켰어야 하는데.

 

전에 내가 ( Gil soo ) 그렇게 쓰라고 충고했을 때 그가 거절했었다.

그것은 꼭 음이 ( 기어 갈 수 ) 처럼 들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람이 걸어야지 왜 기어가느냐며 그는 언짢아 했었다.

 

그래도 언짢은 것 보다는 공항을 무사히 통과하는 게 더 낫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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