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4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9 13일 연중 제 24 주일 복음 묵상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할
때 아버지의 자비로움을 자주 잊어 먹는다
. 싫어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등 사랑하기 전에 일정한 한계를 세워 두기에 우리의 복음 실천은 너그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

 

우리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내가 잘못했을 경우 용서받기를 바라지만, 내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형제가 자기에서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하는지 묻는다
.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그는 죄 지은 이가 자기 형제라고 범위를 정하고 묻는다. 즉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못했을 때 나름대로일곱 번이라는 수를 사용하여 관대함과 충분히 용서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예수님께 여쭙는 것이다. 다른 말로, 자신의 형제이기에 용서해야 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게 베풀 수 있는 자비의 정도가 얼마인지를 묻는다
. 베드로가 제시한 일곱의 숫자는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한 자신의 최선을 말한다
.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놀랍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 일곱이 일흔 일곱으로 뛰는 것도 놀랍지만,
용서에 한계가 없다는 말씀이 더 놀랍다.

 

이어서 만 달란트를 빚진 종이 주인에게 그 빚을 탕감 받은 비유를 들려주신다. 임금과 종은 이미 소유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럼에도 임금은 자신의
종에게 자신의 재산을 빌려준다
. 그리고 셈하는 자리에서 그 종의 모든 것을 다 빼앗을 수 있음에도 그
종의 눈물 어린 호소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탕감해 준다
. 우리는 이 관계를 임금과 종이라는
엄청난 신분 격차로 보며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로 보게 되지만
, 사실 이 용서는 임금이 이 종을 자기
형제라고 여겼다는 것을 말한다
. 그래서 임금은 종의 처지를 자신의 처지와 같은 것으로 여겨 그 빚을
탕감해 주었다
. 이렇게 큰 탕감을 받은 종이 자신에게 빚을 진 친구에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 나온다
. 여기 빚진 친구는 베드로가 말하는
형제
. 그런데 그는 용서하지 않고 그에게 빚을
받기 위해 모든 방법을 쓰고 결국 감옥에 가두기까지 한다
. 결국 이 일로 그는 제 형제는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신뢰를 잃어버린다. 그렇게 해서 자신을 형제로 대해 준 임금의 신뢰까지 잃어버리면서 주인과 종,
그리고 심판자와 죄인의 관계로 돌아가게 된다.

 

회개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예수님의 말씀은 뉘우침을
말씀하시려는 것이 아니다
. 오히려 사랑을 말씀하신다.
참회의 눈물이 아닌 한계 없는 용서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이 가르침의 내용이다
. 예수님은 이렇게
결론을 내신다
.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고해소에서
이루어지는 용서는 하느님이 우리를 자기 형제로 여기신다는 것이고
, 그래서 이 용서는 일흔일곱 번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진다
. 그러므로 우리는 그 한 번의 용서 때문에 어려워하고 불편해 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하느님이 우리를 왜 용서하시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자기 형제들부터 한계 지었던 그 숫자의 벽을 허물고 선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 하느님의 사랑을 스스로 되돌리는 어리석음은 그분의 사랑을 오히려 우리가 제한하고 스스로 막아서는 것에서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 자비로우신 하느님, 우리가 매일 드리는
예수님의 기도처럼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 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 악에서 구하소서.” 하는 기도가 생활로 실천되는
공동체였으면 싶다
.

 

†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저희는 주님께 죄를 지었나이다.

†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 또한 저희를 구원하여 주소서.

(미사 통상문에서 두번째 참회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