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일 연중 제 8 주일 Fr. 김두진(바오로) 강론
3월 2일 연중 제 8 주일
몇 해 전, 내 말소리가 크고 소리친다고 하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공손하게 말하고 말 소리를 작게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 소리를 안치면 좋아할 것 같은 분이 내게 ‘왜 화를 내냐’고 한다. 웃으며 말하는데도 화를 낸다고 하니 속으로 '어쩌라고?' 하는 탄식이 절로 났다. 그 이후로 그저 나 답게 살다 보면 이해될 날이 있겠지 하며 생긴 대로 산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에 이어 ‘평지설교’의 뒷부분이다. 우리가 잘 아는 마태오복음의 ‘산상수훈’과 비교해 보면, 마태오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참된 행복을 포함하여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긴 담화문(마태 5─7장)인데 비해, 루카복음에서는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어’ 특별히 제자들에게 주시는 상대적으로 짧은 가르침이다.
평지설교에는 참된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가르침,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가르침, 이렇게 크게 세 가르침이 들어 있다. 오늘 복음 중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기’에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야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보고 빼낼 수 있음’을 말씀하시는 대목을 굳이 연결해 보자면 ‘남을 심판하지 마라’는 가르침과 연결된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라는 오늘 예수님 말씀과 연결해서 제1독서에서는 집회서의 한 구절을 들려준다. “체로 치면 찌꺼기가 남듯이 사람의 허물은 그의 말에서 드러난다.… 사람의 말은 마음속 생각을 드러낸다. … 사람은 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과 집회서의 말씀은 단지 입 조심, 말조심하라는 입단속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마음을 닦아야 함을 말해 준다. 우리 마음 안에는 종종 선과 악이 충돌하기도 하고, 이기심과 사랑의 마음이 서로 갈등을 빚기도 하며, 좋은 의지가 게으름과 용기 없음에 눌려 씨름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마음을 닦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죄가 바로 죽음을 가져온 독침이며, 율법은 죄가 드러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고 강조한다. 율법 앞에서 우리 모두는 죄인, 곧 죽을 운명을 지닌 존재라는 것인데,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심으로써 우리 모두가 죄를 용서받아 구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셨다고 한다.
비록, 썩고 죽을 몸을 지니고 있는 첫째 아담인 인간에 불과하지만, 둘째 아담인 그리스도 덕분에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죽지 않는 것을 입어 죄와 죽음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썩는 몸이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이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으면, 그때에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선과 악이 부딪치고, 이기심과 자기애로 엉켜 있는 우리의 마음을 선한 곳간으로 가꾸는 작업은 단순히 굳은 결심과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덧입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 만을 지적하는 위선자 들을 나무라신다. 자신도 그리스도 덕에 구원 받았으면서, 이웃을 용서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위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위선자들의 입에서는 위선의 말이 나올 뿐이라 좋은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이 입으로 나오기 마련인데, 입으로 이웃들을 비난하는 이는 악한 마음, 곧 자신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위선자들이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 곧 선한 말을 내어 놓기에 그런 사람은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말씀이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몸소 받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에게 승리를 주셨기에, 우리의 삶이 예수님으로 덧입혀지고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짊어지고 참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때, 우리의 마음도 ‘선한 것을 내놓는 선한 곳간’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는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이다. 이마에 재를 바르고 단식과 금육을 지키는 사순 시기가 시작된다. 이 거룩한 시기에 단식과 기도와 회개로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선한 것을 내 놓는 선한 곳간으로 주님과 함께 부활하는 우리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