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을 준비하면서 …….
우리는 ‘재의 수요일’로 ‘사순시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전례와 신앙의 큰 기둥은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의 탄생을 4주간 ‘대림시기’를 통해서 준비하고, 예수님의 부활은 사순시기의 40일을 통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사순시기에 교회는 ‘희생, 기도, 단식, 나눔, 봉사’ 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이번 사순시기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결론은 물에게 ‘사랑 한다, 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잘 될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면 물의 모습이 아름답게 변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물에게 ‘미워, 짜증나, 너 때문이야, 너는 할 수 없어.’라고 하면 물의 모습이 일그러진다고 합니다. 사람은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니, 사람에게 ‘사랑한다. 고맙다, 잘 될 거야, 너는 할 수 있어, 다음에 하면 되요.’라고 말을 하면 사람의 몸도, 마음도 아름답게 변하지 않을까요? 내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세상은 내게 아름답게 변해있을 것 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2020년은 우리 시카고 순교자 성당이 생긴지 50년이 되는 해 입니다. 처음에 우리 성당을 세워 주시고 성장 시켜
주신 골롬반회 신부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땀과 정열을 쏟어주신 형제자매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시카고 에 온지도 벌써 26년째이니 조심스레 돌이켜 봅니다. 비록 어깨 너머로 본 것이지만, 많은 형제자매들의 열정과 헌신은 아름다움 이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몸은 고단해도 아이들까지 들쳐 업고 성당을 찾아 봉사하고 웃고 떠들었던 모습들은 '보니 좋더라' 하시던 하느님의 감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결국 반 백 년의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고 서로를 격려하고 감사해 하며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키워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1970년 10월에 창립미사를 시작으로 1994년 8월에 이곳에서 처음 미사를 드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형제자매들의 노력과 피땀이 어울러졌을지 눈에 선합니다. 셋방살이의 설움을 걷고 처음으로 이 성전을 하느님께 봉헌 할 때의 그 기쁨은 눈물 머금은 감격이었고, 하나씩, 하나씩, 고치고 넓히는 이 모든 과정은 신혼생활에서 새로 장만하는 쏠쏠한 재미처럼 매 순간이 감격이었고 기쁨 이었습니다.
좋은 시간도 많았지만 아픈 시간도 있었습니다. 마치 물에게 미워한다, 싫다, 확 없애버려 등의 말을 들은 듯, 죽어버린 정의를 가장한
불의가 한때는 성당을 휘몰았고, 서로의 우애보다는 서로가 옳다고 우기던 아픔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오래 된 빛바랜 추억 같은 이야기가 되었지만, 서로를 부끄럽게 하던 과거의 시간도 인정합니다.
그렇습니다. 악의 세력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유혹합니다. 처음 사람에게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로 유혹을 했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나는 내가 아는 것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아는 것을 해석하고 식별하면서 성장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안다는 지식으로 처음엔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부부가 갈라지고, 카인과 아벨의 형제가 갈라지며, 민족이 갈라지며 결국 서로가 갈라지는 세상으로 온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뒤를 돌아보고 살도록 사람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눈, 코, 입, 귀 등 우리의 감각 기관들이 모두 앞을 향해 있게 하셨습니다. 뒤는 잠시만 돌아보고 앞을 향해 살라는 뜻일 테고, 회개는 잠시 과거를 보고, 앞에 계신 하느님을 향해 삶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회개는 이기적이고, 단편적인 우리의 삶을 하느님의 은혜로운 사랑에 비추어 조정하는 작업이기 때문 입니다.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가 물과 말이 설은 이곳에 이민 와 위로받던 이 성전이,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세운 이 성전을 좀 더 아름답고, 거룩하고 또 친교의 장이 되도록 올해는 고치고 좀 더 아름답게 꾸밀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좀 더 거룩한 신자가 되기 위해 영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2020년 에는 축제의 해로 시카고 순교자 성당의 50주년을 기념하며 앞으로 또 다른 50년을 계획하는 성당이 될 것입니다.
제가 부임하던 2014년부터 50년을 생각해 왔고 많은 이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50주년 기념을 기획하고 준비해 오던 사목 회와
50주년 기념 사업회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자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설문 조사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고 신자들의 질문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신자들의 눈으로 본 필요한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이 설문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50주년을 향한 우리의 사랑과 노력이 시작됨을 알립니다. 모든 신자들이 50년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50을 계획하는데 훌륭한 자료가 될 설문지에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황량한 광야를 당신의 거처로 삼지 않으셨습니다.
사순시기는 과거만 보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자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등지고 거룩하게만 살자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여 세상을 기쁘게 하는 은혜로운 시기이며 세상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높이 세우는 시기 입니다.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 한지고,…… 또 다른 50년을 향해 움직이는 우리의 발걸음에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 김 두진(바오로)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