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부활 제 5 주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함께 하는 것이다. 그저 함께 있으면 좋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 안에 머물기를 바라신다. 그리고 이미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머무신다.
눈을 감을 땐 안 보이지만 눈을 뜨면 보이는 것처럼 마음 없을 땐 안 보이던 것들이 마음을 두면 나타난다. 사실 없는 것도 마음 두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마음에 없으면 사라진다. 아무리 멀리 떨어지고 아무리 오래 되어도 마음에 두면 눈앞에 나타난다. 마음에 두면 눈을 감아도 보이는 법이다. “사실 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루카 12,34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고 하신다. ‘머물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둔다는 것이다. 마음을 두어 그가 바라는 것, 기뻐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 오늘 2독서의 표현을 빌면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3,24).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요한15,7).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는 말씀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다. 그러나 그분 안에 머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늘 복음에서는 우선적으로 “붙어있음”을 말한다. 곧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서,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그 포도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먹는 것이다. 마치 물고기 물을 떠나면 죽음이듯이,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머물다”는 말은 먼저 떨어질래도 떨어질 수 없는 긴밀한 관계로 붙어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포도나무에 붙어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코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뭇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다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잘려져 불에 태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붙어있되, “열매를 맺는 가지”라야 “머물러 있는” 것이 된다.
“머물다”는 말의 의미는 단지 그분께 ‘붙어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열매 맺으실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 드림이요, 그분의 말씀의 권능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분의 ‘참 생명’을 공유하는 것이요, 그분과 결합하여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오늘 2 독서에서는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 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3,24) 그분의 계명은 사랑이다. 우리의 모든 신심행위는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신심생활은 “말과 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안에 사랑을 실천하는 것” (요한 1서 3,18)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포도는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 끝에 열리는 열매다. 열매가 맺기 위해서는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맺는 열매도 우리의 인생의 끝에서 확인될 것이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고 자신의 힘과 재물과 명예만을 믿고 살아가는 이들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우리에게 당신의 몸을 주시는 그분의 사랑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몸"하면 "아멘"하며 받아 모시는 성체의 신비는 온 세상에게 사랑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말하며 그리스도의 사람이란 그리스도 예수님의 이름 아래 그분의 사랑을 실천하며 선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물과 명예가 우리를 열매 맺게 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알아야 한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러나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다고 해서 모두 열매를 맺는 건 또한 아니다. 열매 맺지 못한 가지를 값진 생명의 수액을 짜먹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기에 농부인 아버지께서 그런 가지는 다 쳐내시고, 열매 맺는 튼실한 가지만 깨끗이 손질하여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이다. (요한 15,2)
결국 열매 맺는 크리스천이란 예수님께 붙어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에서 하나 되는 것이며 그분의 사랑 안에서 열매를 맺는 가지가 되어야 한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명령하신 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 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요한 1서 3,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