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
계단과 단계는 서로 다른 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다. 단계는 걸려 넘어지지 않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여러 계단 건너뛰지 않고 하나씩 밟고 가는 것이다. 계단의 반대말은 오히려 ‘다단계’가 아닐까 싶다. 다단계는 걸려 넘어질 때까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여러 계단을 건너뛰다가 결국 바닥을 확인하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갈수록 각박 해지는 이유는 사람들의 상승주의 논리와 성공위주의 의식 때문이다. 더 높은 자리를 갈망하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수준을 높이려 다단계의 삶을 지향하고 살다 보면 삶의 질은 좋아 졌다고 하나 그 만큼 힘들고 각박하고 어려움을 살수 밖에 없다. 결국 내려와야 하고 떨어져야 하는 길을 오르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제 힘만 믿고 헛된 목표를 향하여 발버둥 치니 다단계처럼 걸려 넘어지고, 지쳐 쓰러져 결국 바닥을 확인하는 힘든 삶이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하느님 앞에서 ‘올라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승천은 예수님과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한 사건이다. 예수님께서 승천 하셨음은 이 세상을 등지고 떠나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게 되신 것이다. 즉 그분은 하느님의 영광을 입으시어 시간과 공간에 자유로운 분이 되셨다.
예수께서는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셨다. 승천하심으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존을 일시 거두셨지만, 신앙인의 마음속과 기도하는 교회 안에 현존하시며, 특히 성체성사로서 현존하신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랑에 찬 생활을 할 때에도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오늘 우리가 기뻐해야 할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은 우리도 그리스도처럼 죽고 부활하여 승천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우리의 삶도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의 몸은 비록 연약하지만 성체로 키워지고 길러진다는 것은 영원의 세계에 들어갈 몸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승천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요한 16,7)는 주님의 말씀에 위로를 느끼며 성령을 기다리게 된다.
어떻게 승천의 의미를 살아야 할까? 우리는 친교를 나누고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승천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고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
승천의 삶이란 자신에서 벗어나고, 우리를 이웃으로부터 갈라놓는 이기심을 극복하는 삶이다. 그것은 마음속에 도사린 못난 인간들에 대한 멸시와 무관심과 피해감정과 몰인정을 걷어치우는 삶이다. 그건 마음의 문을 열어 자신을 개방하는 삶이다. 나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들이 치워지고, 이웃과의 사이에 막힌 것이 뚫릴 때 그분과 더불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승천의 삶은 비우는 삶이다. 승천의 삶은 세상적인 출세 곧 오름의 질서에서 오히려 ‘낮추고, 내려가는’ 길을 걷는 것이다.
승천의 삶은 건너가는 삶이다. 곧 악에서 선으로, 냉정함에서 따뜻함으로, 무관심에서 배려로, 미워함에서 용서함으로 건너가는 삶이다. 그것은 눈길을 자신의 보잘것없는 모습과 죄스런 모습으로 돌리고, 저 밑바닥과 변두리로 눈길을 돌리며 그 안에서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승천의 삶이란 그분과 만나기 위하여 세속적인 것에서 눈을 돌려 거룩하고 경건한 것들을 마음에, 영혼의 터에 뿌리는 삶이다. 그것은 그 어떤 시련과 고통 가운데서도 희망이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일어서는 삶이다.
사도들처럼 하늘만 쳐다보며 넋을 잃지 않는 우리였으면 한다. 위만 쳐다보고 성공만 바라는 우리에게 깨어나라 일갈한 천사들의 말 "갈릴레아 사람들아 왜 하늘만 쳐다보며 서 있느냐?"을 기억하자. 지금 여기서 버리고, 비우며, 낮추고 내려 감으로 진정 그분과 함께 하는 승천의 삶을 살도록 하자.
성령강림 대 축일을 앞둔 우리 앞에는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놓여있다. 이제 인간적 상승주의와 성공위주의 생각을 버리고, 우리 사회의 저 낮은 곳, 변두리로 사랑을 품고 내려가 사랑으로 품음으로써 하늘로 오르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