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부활 제 2 주일
부활 제2주일이자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다. 전통적으로 부활 2주일을 사백주일(卸白主日) 이라고 했다. 부활 대 축일에 세례 받은 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깨끗 해졌다'는 표시로 흰옷을 입고 있다가 오늘 벗었기 때문이다.
요 며칠사이 비가 많이 내렸다. 시카고의 봄비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바람도 많이 불고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지만 봄을 재촉하는 비인 것은 분명하다. 바짝 마른 땅과 식물에게 생명을 주는 봄비는 우리 모두의 생명줄이다. 겨우내 말라 있던 나무 가지에 물을 주고 뿌리에 생명을 전달하는 귀중한 섭리다. 또한 봄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데 이 봄 바람은 가지를 흔들게 하여 생명의 물이 가지 끝까지 전달되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이런 자연의 섭리 안에서 푸른 잎을 돋게 하고 뿌리가 단단해져 나무는 푸르름으로 자라게 된다. 모든 식물들이 겨우내 죽음의 잿빛에서 봄의 푸르름으로 단장하는 것이 마치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하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직후에 제자들은 유대인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었다. 이런 그들 가운데에 부활하신 주님이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하고 인사하시자 제자들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다른 제자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아서 동료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도 마다했을 것이다. 사실 토마스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예수님은 라자로를 살리시고자 유다 땅으로 가시려 할 때, (그 때는 예수님을 잡으려는 험악한 분위기였다.) 스승을 기꺼이 따라나서며 다른 제자들에게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 며 독려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토마스는 스승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충정을 지니고 있었다.
토마스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스승의 손과 옆구리에 난 상처를 보고 만져보기 전에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오늘 복음에서 사도 토마스가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사하게도 우리 모두의 믿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사실 볼 수 있다면 또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쉬울까?
일 년에 한 번씩 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증거를 교회 안에서 보여주시면 교회는 사람으로 넘쳐나지 않을까 싶은 쓸데없는 아쉬움도 있다. 무엇을 믿기 전에 보고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토마스의 외침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의심은 또 다른 의미에서 관심이다. 관심이 없다면 의심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신앙에 대해 의심이 있다면 신앙에 관심이 있다는 좋은 증거다. 그 의심은 믿음으로 이끌어 주는 또 다른 신비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사실 토마스의 이 외침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라기보다는 그 부활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희망에 찬 관심이었고, 주님의 부활을 너무 믿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믿게 해달라는 희망찬 외침이었다. 그러기에 토마스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온 마음을 다해 열정적으로 고백할 수 있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우리도 토마스처럼 하느님을 의심할 때가 있다.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혹은 너무 원통한 일을 당하게 되면 ‘하느님이 정말 계신가?’하고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그런 의심을 풀어줄 수 있는 증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분명한 징표를 갈망하기도 한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20,29) 예수님은 우리가 보지 않고도 믿는 행복한 사람이길 바라신다. 햇볕이 숨어 우리를 따뜻하게 하지 않아도 구름 뒤에는 태양이 있음 아는 것처럼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보고서야 믿는 믿음 탓할 수 없다. 하지만 보지 않고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믿음의 삶을 살아낼 수 없으면 지탄 받아야 할 신앙이다. 오늘의 복음에서 나오는 토마스의 고집은 보고 믿고 싶은 믿음이 약한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지만, 반대로 토마스의 고백은 우리 신앙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부활] 평화가 너희와 함께](/Users/kmcc4/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