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3일 사순 제 3주일 Fr.김두진(바오로)강론

 

3 23일 사순 제 3 주일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안국제공항의 참사를 기억한다. 비행기가 착륙 도중 랜딩기어 문제로 활주로를 이탈, 공항 외벽과 충돌 후 폭발 하면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또 며칠 전에는 앰뷸런스가 환자도 없이 비상등을 켜고 빨리 달리다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의 처지를 함께 아파하지만, 마른하늘에 불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모두가 경악하며 하느님의 개입을 의심한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13,2) 예기치 않은 참사를 당한 사람들이 남아 있는 우리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런 변을 당한 것이 결코 아니다. 무고하게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원인을 바로 알고 시정하지 않으면 하느님과 상관없이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13,5).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사람들의 봉변 이야기를 들으시고 먼저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하지 않으시고 살아 있는 우리에게 그 사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경고하신다.

오늘 복음 말씀인 루카 13장은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우리 모두에게멸망하지 않으려면 회개해야 한다.”는 참된 진리를 가르친다. 곧 회개가 생명의 열쇠이고 주님의 축복을 불러온다고 말하고 있다. 태초의 인간은 선악과를 따 먹고도 회개하지 않아 낙원에서 추방당했고, 노아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은 홍수가 일어나는 순간에도 먹고 마시며 흥청거리다가 물귀신이 되었으며, 모세를 통한 하느님의 징벌에도 눈 깜짝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던 파라오는 결국 자신의 맏아들을 잃고 한밤중에 자다 말고 일어나 곡을 해야 했다. 반면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말씀 속에 등장하는 작은 아들과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면서회개했기에 잃었던 아버지의 축복을 다시 얻어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삶의 희망과 기회를 받게 되었다.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를 바르면서 들었듯이 우리는 먼지였고 먼지로 돌아가야 할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이기에 유혹에 빠지고 죄를 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우리가 아담과 하와처럼 선악과를 따먹고, 노아 시대의 사람들처럼 홍수의 순간까지 먹고 마시며 흥청거린다 해도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설 수 있다면 우리에겐 새로운 희망이 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6,43-44) 하셨는데 오늘 복음의 무화과 나무는 아예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에 대해 주인은 단호하게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13,7) 이에 대해 예수님은 한 해만 더 여유를 달라고 포도원 주인에게 간청하신다. 그동안 둘레를 파고 거름을 줘서 가꾸어 보겠다고,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른다고, 끝까지 가능성과 희망을 버리지 않으신다. 그분은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이사 42,3) 분이시다. 밀과 가라지를 함께 자라도록 추수 때까지 그냥 두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고 햇빛을 비추어 주시는 분이다. 해서 우리는 오늘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네.”라고 화답송을 통해 노래한다.

그러나 그분이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다 하더라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버리십시오” (13,9). 잘라 버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지라도 유예 기간은 무한정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의가 없는 자비는 무례함을 만들고, 자비가 없는 정의는 폭력을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공정하심을 기억해야 한다.

 

법률 용어에서 집행유예란 유죄 판결을 받고서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보류하며, 그 기간을 무사히 넘기면 선고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를 당장 잘라버리라는 판결이 났고, 포도원지기 예수님은 한 해의 유예기간을 청했다. 그동안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어 다시 돌볼 작정으로. 아니 당신 몸소 죽으심으로 거름이 되셨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기 전에 그 거름을 먹고 사랑의 열매를 맺어 유죄판결의 효력이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사순시기를 은총의 때라 부르는 것은 회개를 통해 주님의 은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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