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이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신원을 밝히는 말씀이 들려진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라고, 자기에 대해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소개하는 모습에서 세례자 요한의 겸손함이 나타난다. 세례자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가 전한 것은 ‘말씀’이라고, 자신이
전한 것은 ‘소리’라고 한다. 말씀은 소리를 통하여 전해지기 때문에 말씀은 의미가 있지만, 그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 의미가 없다. 그러고 보면 세례자 요한은 말씀을 위해서 자신은 스스로 의미 없는
존재가 됨을 받아들였던 인물이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음이 드러난다. ‘광야에서의 외침’은 ‘듣는 이’에 대한 관심보다 ‘외치는
이’에게 초점이 모아진다. 이 모습 속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과정에 외로움, 성실함, 거침없음, 둔탁함, 광대함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자기의 소명을 다한다. 그는 홀로 였지만 외롭지 않게, 듣는
이가 없었지만 성실하게, 맞바람에 소리가 묻히기도 하고 메아리 속에 숨어들어가지만 좌절하지 않고 거침없이, 어떠한 기교도 말솜씨도 부리지 않고, 전해야 할 내용을 전달하는
소리의 도구가 된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였지만, 그는 언제나 기뻐했다. 그는
끊임없이 기도했다. 그리고 모든 일에 감사했다. 그는 자신의
외침이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신 뜻이라는 것을 깨달었기에 그는 성령의 불을 끄지 않고 하느님이 주신 예언을 존중하며,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을 간직하고 악한 것을 멀리하며,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
또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하여,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라고 준비시켰던 그리스도를 찾아 떠나지 않는다. “너희 가운데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시다.”라고 제자들에게 그리스도를 알려주지만, 정작 자신은 그분을 찾아
나서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이런 세례자
요한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제일
먼저 나의 신원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높일 때,
겸손하게 이를 물리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고 예할 것은 예라고
대답할 용기와 결단을 갖춰야 한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랑하거나 허풍을 떨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이 의미 없는 존재로 치부되거나 낙인 찍히더라도 하느님은 항상 나를 지켜보고 계심을 의식하는 것, 보이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성령 안에서 언제나 기뻐하고 기도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며, 묵묵히 자신의 소임에 충실한 삶 등을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요한은 먼저 온 사람으로 그에 걸맞게 선구자로서
소리를 외쳤기 때문에 위대한 사람이었고 광야에서 외치는 그의 소리는 오늘도 그리스도의 선구자로 우리에게 들려오는 것이다. 그는 선구자로서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고 하신 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소리“를 외치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도, 엘리야도, 예언자도 아니고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소리“여야 한다. 나의 소리를 통해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주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가르쳐 주고 인도해주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