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사순 제 5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3 17일 사순 제 5 주일

유행가 가사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아리송한 말이 있다. 어르신들도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도 하신다. 오늘 예수님은 '죽어야 산다.' 는 말씀으로 우리 마음을 알쏭달쏭하게 만드신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도, 또 죽어야 산다는 예수님의 말씀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실천은 더 어려운 말씀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을 열거해 보면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들 존중해주실 것이다.’ 한 말씀, 한 말씀이 쉽지 않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영광을 받으실 때가 왔다고 말한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영광'을 받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는 사순 시기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영원한 생명은 죽음을 통과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고, 영광도 십자가에 높이 달리는 일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셔서 영광스럽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분의 죽음이 그분의 중요성을 들어냈고, 사람들은 그 사실에 큰 감동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사람은 죽어 땅에 묻혀 썩어가는 것이 자연적 일인데, 요즈음에는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사람들이 죽어서도 시신에 방부제 처리를 하여 오랫동안 보관하는 곳이 생겼다고 하니 죽어 썩는 일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무튼, 땅에 떨어져 썩는 밀알은 일차적으로는 예수님 자신을 비유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말씀을 보면 이 밀알은 열 두 제자와 우리 모두를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밀알에 비유하시면서 동시에 제자들과 우리도 당신을 따라 열매를 맺는 밀알이 되기를 바라신다. 또한 ‘따라야 한다.’라는 표현은 익숙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신하가 임금을, 하인이 주인을, 제자가 스승을, 양이 목자를 따른다는 이미지다. 어떤 이미지이든 따르는 사람은 인도하는 사람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요, 주님이시다.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기에 제자인 우리도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인 우리가 당신처럼 십자가를 지고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신다. 욕심과 교만, 무질서한 애착과 일그러진 자아를 죽이고 많은 열매를 맺기를 바라신다. 하지만 우리가 밀알이 되기를 거부하거나 무질서한 애착과 일그러진 자아를 죽이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무미건조하고 정체된 생활의 연속일 것이다.

 

자신의 일그러진 자아를 죽이고 욕심과 교만을 내려놓는다면 말할 수 없는 내적인 기쁨과 충만함이 따라올 것이다. 따라서 욕심이 아니라 절제가, 교만이 아니라 겸손함이, 잔인함이 아니라 온유함이 우리 안에 가득 차게 될 것이고 주님의 삶을 따르는 우리가 될 것이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남은 사순 시기 동안, 각자 삶의 자리에서 열매를 맺는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는 우리였으면 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밀알은 윤기 나는 딱딱한 껍질 속에 생명을 담고 있다. 이 밀알이 땅에 떨어지면 땅속에서 껍질이 썩으면서 씨앗 속에 들어있던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새싹은 뿌리와 잎으로 영양분을 빨아들이면서 줄기가 굵어지고 자라서 이삭이 팬다. 추수 때가 되면 밀알 하나에 대략 마흔 개 정도의 밀알이 맺힌다고 한다. 이것을 계산해 보면 다음 해에 마흔 개의 밀알이 땅에 뿌려지면 1,600개의 밀알이 맺히고, 그 다음 해는 6 4천 개, 또 그 다음 해에는 250만 개, 그 다음 해에는 1억 이상의 밀알을 내게 된다. 어쩌면 예수님은 이런 맥락에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말씀을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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