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연중 제 28 주일 복음 묵상
어떤 어른이 아이에게 귤을 하나 주었다. 그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안하고 가만히 있자 어머니가 당황하며 아이를 야단을 친다. “엄마가 그런 거 받으면 주신 분께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어?” 그러자 아이는 이제 알았다는 듯이 귤을 아저씨에게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까줘요”
아이가 이렇게 하면 귀엽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진상이라 욕먹을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1테살5,16-18)하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 감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차고 넘칠 때는 물론 부족할 때도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되면 자기가 잘했기 때문이고 잘못되면 탓을 남에게 돌리며 심지어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하는 우리라면 큰 무리다. 사실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하면, 감사할 수 있는 은혜가 또 주어지는데 순간을 참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터진다. 사실 마땅히 받을 것을 받는 양, 아니 더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병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1 독서에서는 나아만이라는 시리아 장수가 이스라엘의 예언자 엘리사가 알려준 대로 요르단 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고 깨끗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복음에서도 나병환자 열 사람을 치유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유독1 독서에서는 이스라엘에도 나병환자가 많지만, 나아만이라는 이방인만 치유되고, 복음에서는 열 명의 치유자 중에서 이방인 하나만 예수님께 와서 감사를 드린다고 한다.
성서에 나오는 나병환자는 모든 악성 피부병환자를 가리킨다. 옛날에는 항생제가 없었기에 전염이 강한 피부병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법으로 피하게 했고 피부병 자체를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피부병 환자 스스로 “불결, 불결”하고
소리 쳐야 했고, 예루살렘과 기타 성곽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도시 외곽에서 따로 살아야만 했다.
오늘 제1독서(2열왕 5, 14-17)에서도 나병을 앓고 있던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이 자존심을 버리고 하느님의 사람인 엘리사가 일러준 대로 요르단 강으로 내려가서 일곱 번 강물에 들어가 몸을 씻어 새살이 돋아 그의 몸은 마치 어린 아이 몸처럼 깨끗해 진다. 그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엘리사에게 선물을 드렸지만 엘리사가 사양하자 "이종은 이제부터 주님 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맹세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제2독서에서는 감옥에 갇힌 사도 바오로가 티모테오에게 복음의 능력을 말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말씀은 자유롭고 한계를 모르며 경계를 넘나든다. 우리가 그 말씀을 믿을 때 말씀은 우리가 처한 어떤 극한의 상황도, 비참한 처지도, 막막한 현실도 녹여내고 건너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 분의 성실함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 지고야 말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는 비록 나병에 걸린 사람은 아니었지만 교회를 박해한 중죄인(사도 8, 1-4참조)이었다. 그런데 그는 다마스커스로 교회를 박해하러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자신이 영적으로 중병임을 알게 되었고 또 아나니야의 도움으로 실명했던 눈의 치유를 받게 된다. (사도 9, 1-19참조) 그 후 사도 바오로의 선교와 전교 여행은 한마디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도 바오로의 감사의 마음은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며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 16-18)라 고백하게 한다. 그러니 우리가 주님의 성실함을 믿음으로써 치유를 얻고, 감사로써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에게 돌아오지 않은 아홉 명은 나쁜 사람들이고, 돌아온 한 사람만 받은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예수님은 인간의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지 않고, 하느님을 가르치셨다. 오늘 복음은 치유된 사람들 중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오늘의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베풂을 받은 열 사람이지만,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일을 알아보고, 그분을 찬양하고 그것을 배우려 나선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10명을 다 고쳐 주셨다는 말은 지금 모두에게 필요한 은혜를 이미 다 주셨다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명해 진다. 감사! 감사가 이미 많은 것을 받았다는 믿음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감사할 것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이기에 감사할 수 없으며 믿음도 없다. 감사하면 이미 받았다고 믿는 것이기에 하느님께서 청하지 않는 것까지도 다 알아서 해 주실 것이다. 예수님께서 죽은 라자로를 살려주실 때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요한 11,41-42) 이처럼 예수님은 청하실 때 감사기도를 먼저 드리신다. 이미 청한 것을 받았다고 믿으시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이야기의 결론이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느님이 얼마나 감사한 분이 신지 깨닫고, 예수님에게 돌아와 감사드리는 믿음을 가지는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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