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바오로)신부님 연중 제 31 주일 강론

 

10 30일 연중 제 31 주일 복음 묵상

 

오늘 복음은 자캐오와 예수님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세관장이고 부자인 자캐오는 꽤 많은 걸 소유한 사람 이다동족이나 이웃에게 미움과 경멸을 받고는 있지만 누리는 것에 비하면 못 견딜 정도는 아닐 것이다그들이 뭐라하던 그들은 그들 대로 또 나는 나 대로 살면 그만인 캐오에게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소문으로 듣자 하니 자기 같은 이들도 꺼리지 않고 친구가 되어 주신다는 예수님이다. 그런 분이 자기 동네에 오셨다. 만나고 싶은 열망에 달려가 보았지만, 그의 작은 키 때문에 군중에 가려진 예수님을 보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지체하지 않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평소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행동 이지만, 예수님을 보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 큰 나머지 체면을 구기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나무위로 올라간다. 그분을 만나 무엇을 할지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인 예수님을 보고 싶어 했다.

 

예수님께서 …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아래로 내려오신 분이 땅에서 고개를 들어 한 죄인과 눈을 맞추신다낮은 곳에서 어둡게 살던 한 죄인이 위로 올라가 아래에 계신 분과 시선을 맞춘다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려면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 한다해서 내가 더 괜찮아지면더 깨끗해지면더 거룩해지면형편이 더 나아지면 그분과 스스럼없이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여긴다그분도 내가 더 정돈되고 말끔해 져야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한다지금의 초라하고 엉망인 형편을 보이면 그분이 멀리 도망치실 것 같아 실패자는 하느님도 외면하실 것 같다그분은 나를 만나러 일찌감치 저 아래내 자리로 내려오셨지만헛된 것으로라도 치장을 하고 올라가려 한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예수님께서 자캐오의 집에 묵기를 자청하신다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자캐오는 신이 날 수밖에 없다환대는 집 주인이 손님을 기꺼이 기쁘게 맞아 섬기는 덕행인데지금 이 순간 집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오히려 자캐오를 환대하고 계시는 듯하다동족들에겐 생각치도 못하고 받아보지 못한 따스함이다예수님께서 지금 세상의 냉대를 비웃으며 자기 안에 갇혀 살던 자캐오를 세상의 문 앞에서 환대하고 계신다이제 자캐오는 외적으로는 자기 집에 예수님을 환대해 맞아들이지만 내적으로는 세상의 환대 앞에 서게 된다그리고 그가 해야 할 일을 영혼이 먼저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를 사람들의 반응은 예수님과 매우 엇갈린다.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구나."(루카 19,6).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예수님께서 가난하지만 율법을 준수하며 바르게 사는 자기들보다 세관장을 택하다니, '예수님도 돈을 좋아하시나 보군하며 투덜거리지 않았을까현대는 돈에 대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개방화된 물신주의 사회지만, 적어도 예수님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자캐오를 손가락질해 온 이들은 깊숙이 감춘 부러움과 질투의 숨은 욕망을 율법이라는 안경을 통해 정당화했을지도 모른다죄인인 데다가 부자이기까지 한 자캐오와 그의 집에 묵으시는 예수님이 그들 내면의 불편함을 건드리고 말았다.

   

"보십시오주님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내면의 소리를 들은 것 같이 자캐오가 예수님께 먼저 자기 결심을 밝힌다아무나 먼저 제시할 수 없는 통 큰 결단이다예수님을 보고자 했던 갈망그분을 향해 달리고 오른 여정그분과의 눈 맞춤, 그 분의 부리심과 앞지를 환대가 그의 영혼 한에서 새 창조를 이루어 냈다.

 

1독서에서 지혜서 저자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이렇게 묘사한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당신 불멸의 영이 만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지혜 11,26-12,1). 죄인이라 내쳐진 자캐오를 소중히 하시는 예수님께서 그의 안에 잠재된아직 선하고 아름답게 활짝 피어나지 못한 주님 불멸의 영을 건드리셨다냉대와 소외비아냥거림에 익숙한 자캐오는 예수님의 환대로 제 본래 모습하느님의 모상성을 되찾게 되었다.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모든 일을 이루시는 분이 누구인지 밝힌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자캐오는 이제 자신 안에 심겨진 부르심을 그분의 힘으로 완성해 가며 열매를 맺을 것이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루카 19,9). 한 사람의 회심이 가족 모두집안 전체를 구원한다죄의 연대성을 넘어서는 구원의 연대성이다자캐오의 통 큰 결심에 이은 예수님의 통 큰 구원 선언이 집안에 울려 퍼진다. 구원은 앞질러 달려가 오른 저 높은 곳이 아니라, 다시 내려와 땅을 딛고 선 내 삶의 자리,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 진다.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아직도 더 오를 궁리, 더 나아질 기회를 찾아 달리고 있다면 얼른 내려오너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귀기우려야 한다. 그분은 지금 여기, 이대로도 좋다고 하신다. 우리 회심과 구원의 열쇠는 그래서 우리 안에, 우리 존재와 역사 안에 이미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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