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바오로)신부님 "온누리의 임금이신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강론

 

11 20일 연중 제 34 주일 그리스도 왕 대 축일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백성을 이끌 영도자요 왕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그러나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죄명 패가 보여 주듯그분의 왕권은 십자가 주위에서 펼쳐진다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세례 때에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명패를 주셨지만이스라엘 사람들은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예수님을 고발했다

 

이스라엘에서 왕의 즉위식에는 늘 두 명의 증인이 있어야 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에서는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의 부활 사화에서는 눈부시게 차려 입은 남자 둘이 증인으로 등장한다그러나 골고타의 즉위식에는 단지 천박한 강도 둘이 있을 뿐이다그리고 이처럼 시시한 즉위식에 오르실 왕은 끝까지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사실 예수님을 왕으로 표현하는 것은 끊임없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스스로 한 번도 자신을 왕으로 여겨본 적이 없는 분에게 그런 칭호를 붙이는 게 맞는 것일까 싶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예수님은 산으로 피신하셨다그렇기에 그분은 왕이나 지배자이기를 거부한 분이사다. 사실로 그분이 쓰신 왕관은 가시관이었고 입으신 예복은 병사가 억지로 입힌 조롱의 자색 용포였다.

   

참으로 역설적이다가장 역설적인 것은 예수님 머리 위해 낙인 찍힌 "유대인의 왕"이라는 표현일 것이다만물의 임금이신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는 십자가 위에서 조롱을 받으신다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분께서 당신 백성에게 조롱을 받으시고 죽임을 당하시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다이렇게 보니 예수님의 왕권예수님의 통치는 세상의 왕권과는 확연히 다르다이와 관련하여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만물의 임금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은 만물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도록 하시려는 것이었다고 고백한다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으신 것은오로지 당신 피로 모든 이의 죄를 대신 기워 갚으시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이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었고십자가는 바로 세상 창조 때부터 진행된 하느님의 계획이 온전히 실현된 장소라고 설명한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오늘복음은 우리 모두를 십자가 곁으로 초대한다. 세상 임금처럼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옥좌가 아닌 치욕과 수치의 자리가 그분의 왕좌다거기서 그분은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 재판관이나 총독의 판결이 아니라 죄 많은 강도에 의해 무죄를 선언 받으신다. 죄인 하나가 그분의 무죄를 주장한다. 사실 성경에서 그분의 무죄를 주장한 사람은 같이 사형당하는 죄인 하나와 이방인이었던 백인대장 뿐이다.

 

 

 

 

또 다른 강도는 예수님을 조롱한다.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이 말씀은 단순히 생각 없이 뱉는 조롱이 아니라 사람들이 구원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는 듯하다믿을 만한 증거와 믿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 해달라는 것이다. 세상의 권력자나 지도자가 백성을 위해 받은 권한이 결국에는 자기를 위한 것이 되고 마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보았기 때문일까?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과 모든 피조물의 왕이실 수밖에 없는 근거를 아름다운 언어로 전한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임금님의 권능과 세력은 이렇듯 피 흘린 희생 제사로 시작 되었다. 세상 권세와 차이가 나도 너무 큰 차이다그분이 아름다우신 이유는 그분의 강력한 힘과 권력으로 당신을 감쌌기 때문이 아니라부정한 우리의 죄를 떠안으신 비참한 몰골이기 때문이다세상의 권력자들은 기껏해야 자기 이익과 부합하는 이들의 지지와속 모를 한시적 찬사를 받을 뿐이지만피로 물든 예수님은 그래서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으신다이것이 세상 임금과 우리 임금님의 차이다그분의 약함과 자기를 버린 포기와 바보스러운 선택은 배은망덕하고 냉담하고 무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 우리는 그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오늘 복음에서 강도 두 사람이 보여주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바로 복음 말씀을 읽고 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한 사람은 예수를 모욕함으로 신앙은 편해야 하고 이익을 줄 수 있어야 믿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강도는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요?"하며 그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했다. 그러나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 보시오"라고 말함으로 믿을 만한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한다그러나 하느님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인생사를 풀어주는 해결사는 분명 아니시다. 그러나 착한 강도는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하며 신앙은 지식이 아니고 믿음이며 이 믿음을 증거하는 행동이 뒤 따라야 함을 알고 있던 지혜로운 강도였다.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민물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내어 놓으신 왕이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오늘, 우리도 그분의 왕직에 참여하자. 이웃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 십자가의 삶이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구원의 삶이다. 세상에 착한 강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착한 강도, 지혜로운 강도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를 살리시려 죽으신 주님을 찬미하며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