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6일 사순 제 1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흙에서 왔으니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창세기 2,7) 우리는 분명 먼지 같은 존재들이다. 한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흙먼지 같음은 우리를 초라하게 하지만, 그 초라한 흙먼지에 하느님의 생명의 숨결이 부어 졌기에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은총의 절정이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흙먼지가 하느님의 모상을 닮고 하느님을 담아낸 존재로 창조 되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땅인 우리에게 사랑을 거두지 않으신다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창세기 2,9) 하느님께서는 흙으로 만든 동산 한가운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흙으로 만든 동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나게 하셨고, 우리 또한 흙에서 왔음을 기억한다면, 에덴동산은 우리 가운데 있어야 마땅하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열매 또한 우리 가운데 자리하고 있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동산의 모든 열매는 다 먹어도 되는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과일을 절대 먹지 못하게 하신 하느님의 뜻이 궁금하다. 선과 악을 아는 것이 좋은 것인데왜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선과 악을 아는 과일을 먹지 못하게 하셨는지 의문이 든다원죄의 출발은 과일 하나를 따먹은 가벼운 잘못이 아니라 내가 고집하는 선이 세상을 갈라 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사실 선과 악은 하나다선이 자리를 잘못 하면 그 선은 악이 된다. 예를 들어잉크가 펜 끝에 묻으면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지만잉크가 옷에 묻으면 지워 없애야 할 악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권력의 선에 의해 악의 너울로 희생 되는가? 얼마나 많은 악들이 선을 가장해 힘없는 사람들을 악으로 몰고 가는가선과 악의 싸움은 정의로울 것 같지만, 그것이 힘있는 이들의 고집 된 선이라면 정의가 아니라 진실을 덮는 도구가 된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신명기 11, 26) 이보다 명확한 말씀을 성서에서 찾기가 어렵다우리 가운데 있는 (에덴동산 가운데 서 있는) 선과 악을 보면서 축복과 저주는 함께 있다고 한다. 하느님께서 축복을 주시거나 저주를 내리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라 이른다. 하느님께서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들을 흙에서 자라게 하셨지만 원죄의 뿌리선과 악을 알아냄으로 아담과 이브, (최초의 부부)가 갈라지고카인과 아벨, (최초의 형제)가 갈라졌으며선과 악이라는 흑백의 논리로 갈라져 서로가 서로에게 악이라 부르짖는 세상에까지 와버렸다.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이 광야에서 받으신 유혹의 말씀을 듣는다. 넓은 벌판을 가리키는 광야는 구약의 백성이 가나안 복지에 들어 가는 길목이었고 하느님의 백성이 탄생하는 장소였다. 그곳 광야에서 하느님의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은 만나와 구리 뱀을 통하여 은총을 베풀어 주셨으니 그곳 광야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지만하느님의 자비가 더 크게 드러나는 곳이다.

세례자 요한의 시기에는광야가 메시아를 고대하며 회개하는 장소로 사용된다현대의 광야는 우리가 머무는 세상이 된다.

세상은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길목이고, 광야에 들어 높여진 구리 뱀처럼 세상에 높이 들려진 예수님의 십자가로 하느님의 자비가 더 크게 드러나는 곳이다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선택해 살아야 할 축복과 저주선과 악으로 갈린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야 할 몫은 무엇인지 깊이 묵상해야 한다.

   

거룩한 사순 시기를 지내며 유혹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을 알게 하는 과일이 에덴동산 한 가운데 있듯 우리 가운데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는 이 광야에서 마음에 재를 얹고 살아야 할 몫을 찾아야 한다흑과 백의 논리로 서로에게 악이라 소리치는 현실에서 우리게 울려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들은 제2독서(로마 5,12-19)에서는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다.”고 한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19)이라 한다이제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 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신 그리스도를 따라 그분이 회복시켜 주신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 안에 복원하는 것이 사순절의 사명이어야 한다.

 

예수님을 계속 괴롭혀 왔던 그 유혹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지던 유혹이었다바로 그 유혹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동안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그러나 예수께서 하느님의 말씀에 확고하게 근거하고 신뢰하며 그 유혹을 이기셨듯이 우리도 하느님 앞에 온전히 서 있으려 노력한다면 우리도 능히 그 유혹들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며주님께서는 그에 합당한 힘을 주실 것이다.

 

신앙인들은 단순히 희생하고단식하며 고통을 즐기는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십자가의 고통을 통해 나타나는 부활에 희망을 둔 사람들이다옳고 그름의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은 회개해야 가능하고회개의 표시로 단식과 자기 버림을 실천함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가능해 진다부활을 향한 이 거룩한 여정에 동참하는 것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을 바라보며 그분의 삶을 배우는 것이다우리 신앙의 여정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에 있으니유혹을 넘어 십자가에 달리신 그 분만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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