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9월 15일 연중 제 24 주일 Fr. 김두진(바오로)강론

 

9 15 연중 24 주일

그 전에 피정을 하고 파견할 때 참석한 모든 이에게 조그만 십자가를 하나씩 주면서 꼭 몸에 지니고 다니기를 권고한 적이 있다. 사실 조그만 십자가라도 주머니 속에 있으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나 조금 힘든 일이 생길 때 주머니 속의 십자가를 만지며 기도 하도록 하였다. 죄인을 죽이던 형틀, 십자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구원의 상징이 되어 버린 거룩한 십자가가 되었고 우리가 꼭 지녀야 할 십자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으신다.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또는 "예언자 중 한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는 이 질문을 개인적으로 돌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물으신다. 이에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한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히브리어로 '메시아', 즉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뜻하며, 구약에서 예언된 구원자를 의미한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단순한 예언자나 선지자로 보지 않고 구세주로 고백한다. 장한 믿음을 고백한 베드로는 사람의 아들이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가르치기 시작하시는 예수님을 붙들고 반박했다가 사탄이라고 꾸중을 듣는다. 사탄은 예수님 앞에서 그분을 이끄는 가짜 지도자다. 사탄은 하느님의 일보다는 사람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해서 주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내 뒤로 물러가라. (Get behind me, Satan!)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예수님을 사랑 하지만 고통은 싫고, 예수님을 따르고 싶지만 가난은 지긋지긋하며, 예수님을 닮고 싶지만 작고 낮게 섬기는 일이 딱 질색인 사람이 있다면 어떤 허상을 섬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1독서는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의 내용이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이사 50,7) 주님의 종은 세상이 퍼붓는 온갖 모욕과 수모를 회피하거나 뒤로 물러나거나 거역하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낸다.

 

그런데 이 모든 고역이나 수모는 수치스러운 일일 수는 있지만 당하는 주님의 종에게 그와 함께 견디어 내시는 주님께서 수치스러워 하지 않는 한 수치가 아니다. 주님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치워 주시지 않고, 주님의 종이 부끄러움과 움츠림 없이 견디어 있도록 도와 주신다.

2독서는 믿음과 실천에 대해 야고버는 말한다. "나는 실천으로 나의 믿음을 보여 주겠습니다." (야고 2,18) 신자라면 십자가의 신비를 믿지만, 대개는 각자가 감수해야 십자가의 길에 대해서 두려움 내지 반감, 거부감까지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없다. 십자가는 편하고 흥하고 승승장구하고 싶은 인간 본성에 역행하기에 어렵고 무겁고 불편하지만,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껴안아야 하는 동반자다.

십자가의 사랑을 "믿는 " 실제로 기꺼이 십자가를 지는 "실천" 사이의 거리가 바로 사람과 주님 사이의 거리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영광의 허상만 좇는 이는 삶의 실제적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겠지만, 주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셨다고 믿는 이들에게 십자가는 감사해야 구원의 십자가가 것이다.

거친 인생길을 헤치고 나오면서 십자가가 버겁고 고통스러워 눈물 흘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적으로는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외적으로는 숨어있다 튀어나와 주저앉히고 무너뜨리고 넘어뜨리는 인생의 복병 같은 어려움들 때문에 주저하고 망설이고 뒷걸음질도 치면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십자가 때문에, 그리고 십자가 덕분에 여기까지 것이다. "나는 주님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지 않으리라.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계서는 세상이 십자가에 막혔고, 세상에서는 내가 십자가에 박혔노라, 알렐루야!"

 어쩌면 힘들고 지긋지긋한 십자가지만, 고백이야 말로 우리가 드려야 찬미일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 때문에 주님을 만나고, 십자가 덕분에 사랑을 체득한 우리가 세상에서도 하늘나라에서도 자랑할 것이란 오직 십자가 뿐일 것이다. 십자가 없는 신앙은 사탄의 유혹일 뿐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사랑이며 자신을 버릴 주어지는 거룩한 부르심이다. 해서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신다.  너에게 나는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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