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연중 제 18 주일 탐욕과 허무
스크루지 영감은 어릴 때 읽었던 ‘크리스마스 캐럴'이란 동화책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저 악착같이 긁어모아서 쌓아 두고 절대로 나누지 않는 구두쇠 영감이다. 그래서 스크루지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불길한 운명의 대명사였고, 할아버지라는 명칭보다 영감이라고 불러도 무례하게 들리지 않는 부도덕한 인물이었고, 미워하고 지탄해도 되는 탐욕의 아이콘이었다.
오늘 제1독서는 재산 추구의 허무함을 들려준다. 세상의 일은 실체가 없고 갑자기 사라지며, 거기에 매달리는 것은 헛된 것이므로, 가난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하느님께 의지하라고 권고한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라고 권고한다. 뜬구름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참된 가치를 지니는 것, 곧 정의와 사랑 그리고 인간의 참된 존엄을 이루는 모든 것을 추구하라고 한다. 사랑은 인간의 존엄과 참된 기쁨의 원천이지만, 물질적인 재산의 추구는 세상의 많은 죄악과 불의 그리고 무질서의 원천이 된다. 우리 삶의 목적을 물질적인 재산의 추구에 둔다면 우리는 반드시 실망하게 될 것이다. 재산으로는 우리 마음을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먼저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자기 형과의 유산 분쟁을 해결해 달라고 청한다. 그런 그에게 주님께서 원칙을 제시 하시는 데, 곧 “모든 탐욕을 경계하고,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고 하신다. 그리고 비유를 통하여,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다고 결론을 내리신다. 비유에서,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둔 부유한 사람의 죄는 재물도 그의 장래를 보장하려는 관심도 아니었다. 이 사람의 죄는 하느님께 감사도 드리지 않음을 물론, 아예 하느님은 안중에도 없었던 죄와 (지난 주 유혹은 하느님이 안계시는 듯 사는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리고 두 번째 죄는 재물을 자신을 위해서만 모으는 죄다. 그것이 죄가 되는 이유는 돈과 재물을 우상으로 섬겼고, 자신의 삶에 이기주의적 착취밖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스크루지였기 때문이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유산분쟁에 휘말린 사람에게 일갈하신다.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재산 관리인 혹은 중개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즉 예수님은 "왜 나에게 아래의 것을 물어보느냐 위에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일갈하신다. 위에 있는 것이란 2독서에서 말하는 현세적인 것들로 불륜, 더러움, 욕정, 욕망, 탐욕 등이며 탐욕은 우상숭배 라고까지 말한다.
1독서에서 '허무 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 로다'라는 말씀을 듣는다. 우리의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왜 모든 것이 허무가 될까? 그에 대한 답은 2독서에 나와 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굳이 설명을 보탠다면 우리 자신을 위한 삶도 중요하지만 그 삶이 기쁘고 의미 있는 이유가 내 자신만을 위한 재물이나 권력이라면 이 모든 것은 다 없어지고 말 것이니 허무 그 자체가 된다는 말씀이다. 권불십년이라 했다. 권력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재물이 많아 창고(은행)에 쌓아 놓는다 해도 앞서 말한 대로 결국 없어지고 인간들에게는 절대로 만족할 만큼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기에 여기에 우리 삶의 목적을 두면 결국은 허무라는 말씀이다. 따라서 저 위의 것을 추구하는 신앙인이 되라고 사도 바오로는 권고한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부자가 큰 창고를 지어 재산을 많이 쌓아 두고, 이제 걱정할 것이 없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기겠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씀하시며 위에 것에 마음을 두고 살라고 하신다. 그 부자는 재산만 있으면, 자기의 인생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예수님은 재산에서 보람을 찾으면 허무일 뿐이니 ‘하느님 앞에 부요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재물을 위해 피땀 흘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물이 우리 삶에 목적이 될 때 탐욕에 가득 찬 우상숭배가 된다고 바오로는 경고한다. 그러나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사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사람은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뺏기면 그것이 자기 인생의 최고인 양, 그것에 몰두한다. 권력에 맛들인 사람은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권력을 가진 자의 비위를 맞추고,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 강하게 행동하며 권력을 추구한다. 그것은 신앙인들이 추구하는 삶이 아니다. 오로지 재물만을 자기 삶의 보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오로지 재물만을 위해 사는 탐욕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재물은 세상을 위한 재물이어야 한다. 재물이라는 창고에 갇히게 되면 하느님은 멀어지고 하느님이 아닌 우상이 찾아온다. 그러니 큰 창고를 새로 지어 그곳에 재물을 쌓아 두는 스크루지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고, 사랑을 실천 한다면 하느님의 은혜로움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지, 갇혀 있으면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것에만 갇혀 있으면 자유를 잃고 허무를 만난다. 참 자유는 자기 것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오늘 우리의 창고는 얼마나 큰지 한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허무 로다, 허무!’ 우리가 허무로 끝날 순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