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리시는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시기 빕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계획을 세웁니다. 나들이를 할 때는 목적지까지 계획을 세우고, 운전해
갈지 버스를 타고 갈지 아니면 걸어갈지를 계획합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미리 계획을 세워야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실천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얼마전 내 계획에는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임재범이란 가수가 윤복희씨가 불렀던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혼신을 다해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펑펑 운 사건입니다. 울려고
계획한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어 펑펑 울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계획하지 않고도 얻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작품의 세계 안에 그냥 빠져들고 심취합니다. 계획도
없이 그 작품에서 받은 감동으로 자신이 달라져서 그 자리를 떠납니다. 문학작품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접근합니다. 곧, 감상과 감동은 우리가 미리 계획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난
대상이 우리 안에 일으키는 파장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우리
자신이 만든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열어주는 세계에 빠져들어 감동하고 사랑에 빠지는
법처럼 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성경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의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을 읽지 않는 이유가 혹시 계획에 따라 성서를 읽어 꾸준히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을 통한 기도 방법도 있고 성경을 읽고 나눔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이런 것들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면서 나만 못하나? 다른 사람은 묵상도
잘하고 나눔도 잘하는데 왜 나는 유독 할 말이 없을까 싶어 슬며시 성경 읽는 것을 그만 둡니다. 사실
성경을 읽는 것은 계획에 없어야 합니다. 복음서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를 위해 유익하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접근하면 그것은 처음부터 실패입니다. 복음을 읽는 것은 강론을 위한 준비도 아니고 남에게 말을 잘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을 위한 계획을 포기하고 복음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열어주는 세계로
빠져들어야 합니다. 사실 예수님을 알려면 성경을 통해 가능합니다. 성경이
주는 말씀 그리고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분을 만나게 되고 감동하게 되고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열어 주시는 세상은 이렇게 성경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펑펑 울 수 있고, 기뻐할 수 있으며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한껏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따뜻한 봄철에 하느님의 말씀에 가까이 하는 것 하나라도 우리는 이미 충분하게 은총이 가득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