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연중 제 17 주일
오늘 우리가 들은 제1독서는 솔로몬과 하느님의 만남을 전해준다. 솔로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하느님의 질문에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 한다. 그가 장수나 부유 혹은 원수를 없애 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듣는 마음’을 청하였기에 하느님은 기뻐하시며 그의 청원대로 지혜롭고 분별할 수 있는 마음 을 주신다. 솔로몬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듣는 마음’ 이었다. 그의 지혜와 지식은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솔로몬에게 지혜와 분별하는 마음이 소중했던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비유를 통하여 무엇이 소중한 것일지 다시 생각하게 하신다. 오늘 복음은 신앙생활에서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재촉한다.
첫째 비유는 일꾼이 밭을 갈다가 쟁기에 부딪힌 땅 속의 보물을 발견했다. 전쟁이 빈번했던 고대 이스라엘에서 땅에 보물을 파묻고 피난 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복음은 밭을 갈던 이의 행동에 대한 적법성이나 윤리성을 말하지 않고 단순히 보물을 발견했고, 그 보물의 중요성을 알고 돌아가서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팔아 밭을 샀다는 것을 강조한다. 찾아낸 보물이 자기가 아끼면서 고이 모아 둔 것들 보다 훨씬 중요하고 값지기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주저 없이 팔아 넘길 수 있었다. 이것은 재수가 좋아서도 아니고 지혜를 통하여 판단하고 이루어진 결정이다. 밭에서 찾아낸 보물이 좋다는 사실을 모르고, 좋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지혜가 없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평소에 자기가 간절히 원했던 것임을 확인하자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데 사실 보물은 성경 속에서 찾아내야 할 그리스도를 뜻한다.
둘째 비유는 고대 군주들이 목에 걸기를 무척 좋아했던 진주를 찾던 상인이 좋은 진주를 발견한 뒤에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그 진주를 샀다고 한다. 발견한 진주가 지금 지니고 있는 모든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에 절대로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에게 진주는 모세 오경에 비유되고, 행복을 표현하는 보석이었다. 진주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은 성경(모세오경) 안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냈다는 것이며, 그 순간 이제껏 자기가 지니고 있던 삶의 방식을 바꾸어도 된다는 깨달음과 더불어 즉시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뜻이다. 진주는 하느님 나라에서 맛보는 구원의 기쁨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음으로써 얻는 기쁨과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풍요로움이 얼마나 고귀한지 아는 사람은 조금씩 하느님의 말씀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구원해주시는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심 체험한 사람은 이제껏 자기가 누리던 기존의 삶의 방식을 포기할 수 있다.
솔로몬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의 고귀함을 잘 알았기에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무병장수나 군사력, 그리고 재력을 청한 것이 아니라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 듣는 마음을 청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백성을 다스린다면 군사력을 키울 수 있는 재력은 물론 덤으로 장수하게 될 것이라는 진리를 아는 지혜 덕분이다. 그래서 솔로몬이 통치할 때 이스라엘은 역사에서 가장 화려했던 강대국이었다.
제2독서(로마 8,28-30)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종말론적 예정을 말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르는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이다. 그런데 “성령에 힘입지 않고 서는 아무도”(1코린 12,3)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미리 뽑으셨고, 당신 아드님과 같은 모상을 지니게 해 주셨으며,
그분의 형제자매가 되게 해 주셨다. 그래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은 어려움 때문에 탄식하며 진통을 겪을지라도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라서 우리를 도와 주시는 분의 초월적인 능력에 의해(로마 8,18-27) 모든 것이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택하셔서 그리스도와 같이 당신의 자녀가 되도록 해 주셨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해 주셨으며, 우리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음을 증언한다.
우리에게 보물이 소중하다고 하지만, 보물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사람이다. 보물은 온전히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인간이 보물을 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에게 보물이 되어야 하고, 가족이 가족에게 보물이어야 하며, 이웃이 이웃의 보물이 되어야 한다.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의 말씀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임을 알아야 하며, 하느님의 말씀이 모든 지혜의 원천임을 알아야 한다. 성경은 그리스도라는 보물과 진주가 묻혀 있는 밭이며, 성경을 읽는 것은 밭을 가는 것이고, 성경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것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밭을 사거나 좋은 진주를 사는 것과 같다.
신앙생활은 함께 할 수 있을 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동호인의 모임이 아니다. 인간적 친교 때문에 마지못해 해야 되는 일종의 계모임도 당연히 아니다. 신앙생활은 하느님의 말씀에서 영원한 생명에 대한 지혜를 발견했기 때문에 게으름과 핑계, 그리고 취미생활이 이끄는 힘을 훨씬 능가하는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삶이다. 게으름을 물리치는 것이야 말로 보물을 위해 가진 것을 다 팔아버리는 것이다. 성경에서 보물과 같은 구원의 지혜를 찾았기 때문에 전폭적인 투신이 이루어지는 삶이 바로 신앙생활이다. 밭에 묻혀 있는 보물을 묵혀 둘 것인가, 값진 진주를 보고도 모른 척하며 그대로 놓칠 것인가? 과연 우리의 선택은? 솔로몬과 같이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우리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