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3일 연중 제 19 주일 김두진(바오로) 신부님 강론

 

8 13일 연중 제 19 주일

오늘 복음은 물위를 걸으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 파도에 시달리는 제자들을 향해 가신 시간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때로새벽이다새벽은 빛이 없어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 동이 트는 시간이다이 시간에 예수님은 자주 일어나 외딴곳으로 가서 기도하셨다. (마르 1,35 참조이스라엘 백성은 동틀 녘을 하느님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자신들을 구원하러 오시는 때라고 믿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피신처와 힘이 되시어 어려울 때마다 늘 도우셨기에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네…하느님께서 동틀 녘에 구해 주시네.(시편 46,2­6) 

 

모세의 인도를 따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걸어 들어갔을 때뒤따라온 이집트 군대를 혼란에 빠트려 구해 주신 시간도 동틀 녘이다. (탈출 14,24 이사 17,14 참조)

 

오늘 복음 말씀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후에 나오는 말씀이다여자와 어린이 빼고 남자만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예수님과 제자들과 그 자리에 모여든 모든 사람을 흥분 시키고도 남았다특히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위대한 기적을 보고 그분이 특별한 분이심을 직감했을 것이고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들뜬 군중과 무슨 일을 저질러도 저질렀을 법하다그래서 예수님은 서둘러 제자들을 배에 태워 먼저 떠나보내신다. 제자들은 이미 밤이 늦었기에 배 타기가 내키지 않았지만방금 전 놀라운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께서 재촉하시니 그분을 믿고 배에 올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풍랑을 만나 죽을 만큼 큰 고생 하게 된다. 이는 배불리 잘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모하게 예수님을 신처럼 떠받드는 군중의 마음을 알아 채셨기 때문이며, 당신의 사명은 군중이 바라는 배부른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선포 하시는 것임을 이렇게 밝히신 것이다.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24) 제자들은 예수님 없이 떠났다예수님께서 그들을 먼저 가 있게 하신 곳은 겐네사렛 호수 건너편으로(22) 이방인의 땅이다이 짧은 구절은 배불리 먹었던 풍성한 잔치를 다른 민족과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함을이방인 역시 하느님의 백성임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사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풍랑을 만나 고통을 당하리라는 것을 이미 다 아시면서도 그들을 매우 힘든 상황에 내버려두셨다. 그것은 제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예수님을 듣고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삶 깊숙이 예수님을 만나고 직접 체험해서 깨달어야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예수님을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예수님을 배워서 믿고 따르게 된다그러나 이와 같은 3인칭 믿음은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된 믿음이 아니기에 오래가지 못하고 믿음을 증거할 힘을 가지지 못한다그러기에 예수님을 증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련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허락하시지만, 그들이 어떻게 헤쳐 가는지 멀리서 보며 즐기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께서 다가오시어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25) 물 위를 걷는 일은 하느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이다죽음을 상징하는 물 위를 걷는 것은 죽음에 대한 승리를 가리키며죽음을 극복하는 일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승리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두려워하는 제자들바로 어제 저녁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는 것을 보고서도 당신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용기를 내어라나다두려워하지 마라.(27) 라고 하신다. 예수님은 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제자들곧 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와 용기를 불어넣으시는 분이시다또한 여기서 '나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마치 모세가 불붙은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여쭈었을 때 들려진 이름과 같다. "나는 곧 나다." 탈출 3,14

 

오늘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것은 베드로의 말과 행동이다. 베드로의 믿음은 한순간 순수하여 오직 주님만을 향하고 있었다그래서 주님께서는 오라는 말씀으로 초대하셨고 베드로는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게 된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믿음은 불안과 의심으로 쉽게 무너지고 만다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가 가지는 다부진 용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눈길이 흐트러짐 없이 주님만을 향하며 믿음의 길을 갈 때주님의 힘이 우리를 붙들어 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사실 의심하다 라는 그리스어 단어는 문자 그대로 자기 자신 안에서 둘로 떨어져 나간 상태, 마음이 둘로 갈라져 있는 상태를 뜻한다그런데 이것은 우리의 자신감이 허물어진 상태가 아니라 예수님을 바라보는 마음이 둘로 갈려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따라서 주님을 흐트러짐 없이 바라보는 온전한 믿음만이불안과 의심이 생길 때마다 우리를 삼키려 입을 벌리는 바닥 모를 심연을 뛰어넘게 할 것이다예수님은 제자들을 어두운 밤에 떠내 보내시고 그들이 풍랑으로 시련을 당함에도 당신 홀로 기도만 하고 계시는 분이 아니라 물 위를 걸어서라도 직접 찾아 오시어, “나다. 안심하여라하시며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우리게 필요한 한 마디는 주님저를 구해주십시오.”이다.

 “나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 겁내지 마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 내 의로운 팔로 붙들어 주리라. (이사 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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