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6일 연중 제 15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

 

연중 제 15 주일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어릴 적에 장난치는 것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던 나에게 어머니는 자주 “말 좀 들어라” 하시며 핀잔을 주셨다말을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세대차이가 아니었다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욕심 때문에 그분의 말을 들으면서도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고집으로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귀 있는 사람은 들으라고 하신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마태오 복음 13장의시작으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이야기이다사실 마태오 복음 13 장 전체는 하느님나라의 비유 말씀이다. “비유는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어떤 사물을 그와 비슷한 다른 사물을 빌려 표현하는 것이다이는 예수께서도 자신의 가르침을 전달하기 위해서 자주 사용 하셨다특히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심원한 진리를 깨우쳐 주기 위해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들려주셨다. <가톨릭대사전>

 

그러나 왜 비유로 말씀하시는지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신다. 너희에게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13,1014) 하늘나라의 신비를 알아듣는 '너희'가 우리였으면 한다그러나 '저 사람'들이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무디어져 귀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만 들으며눈은 감겨져 사실을 보지 못하고 허상만 보는 이들이” '저 사람'들이라고 하신다. (14-15참조)

 

이스라엘에는 10월 말경이나 11월 초순에 첫 비가 내리는데그 때 농부들은 보리와 밀을 심는다그리고 5-6월 추수 다음부터 10월까지 밭을 묵혀 두기 때문에 사람들이 밭으로 질러 다녀 밭 가운데로 지름길이 나는 수가 있다그리고 이스라엘 땅은 대부분 겉은 흙이 덮였지만 속은 바위가 깔린 척박한 땅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건조기에는 가시 돋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다그런데 예수님 시대에는 먼저 밭갈이를 하고 잡초를 없앤 다음에 씨를 뿌리지 않고 반대로 먼저 씨를 뿌린 다음에 밭갈이를 하기 때문에 씨가 잡초 속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농사법으로 보니 오늘 복음 말씀이 더 잘 보인다.  농부가 뿌린 씨는 사람들이 밭을 가로질러 걸었던 ‘길에도 떨어지고돌밭이나 가시덤불 속에도 떨어진다.(49) 먼저 비유의 소재에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한다씨 뿌리는 사람은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다씨는 복음 말씀이다. 길가돌밭가시덤불좋은 땅은 다양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리고 새는 말씀을 잡아먹는 사탄을 뜻한다. 사실 이런 우의적 해설은 초대교회의 복음 선포의 체험과 신앙생활의 실태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설명으로 보면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버린 씨”(4)는 말씀은 듣지만사탄이 먹어 치워 싹도 키우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이고, ‘돌밭’ 떨어진 씨가 싹이 돋아났지만 말라버린 것은 뿌리가 없기 때문이다.(56) “가시덤불 속에 떨어진 씨는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렸다.(7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의 열매가 “백 배예순 배서른 배”(8) 되었다는 것은 이전에 겪은 실패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수확을 얻는다는 말씀이다길가돌밭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농부의 의기를 꺾을 만큼 맥 빠지는 일이긴 하지만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리라는 확신이다.

 

오늘의 말씀을 예수님의 활약상과 관련하여 뜻을 밝혀보면 이런 설명도 가능하다예수님의 활동 초기에 그분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예언자와 스승의 모습과히 파격적인 설교와 행동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 했다그러나 예수님의 마지막의 시간을 들여다보면인기가 점점 떨어져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는 고작 열 두 제자와 몇몇 부인들만 따르게 된다예수님께서 당신의 인기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할 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신 것 같다는 것이 성서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임을 고려해 보면아마도 누군가가 예수님께 다 집어치우고 친척이 있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라고 종용했을 것이다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파종하는 농부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저 밭에서 씨 뿌리는 농부를 보라밭에 지름길도 나 있고 땅 바닥은 얕으며 잡초가 무성한 밭에다 씨를 뿌려봐야 결실이 없을 것이니 차라리 파종을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라 속단할지 모르지만 저 농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유실되는 씨도 많겠지만삼십 배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을 내는 씨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가오는 풍작을 꿈꾸면서 씨를 뿌리는 것이다나 역시 오늘날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사실 나는 다가오는 하느님의 나라에 곧 하느님께 엄청난 기대와 희망이 있기에나는 아버지의 일을 중단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어떤 이들은 우리 성당의 미래가 우울하다고 한다여러 가지 이유로 성당을 옮기는 이들도 많이 생겨나고냉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젊은이들 보다 노인들이 많은 공동체라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고도 한다오늘 복음 말씀으로 보면 희망의 말씀이다. 사실 밭이라 함은 길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보다 좋은 땅이 훨씬 넓은 법이다어떤 씨들은 길 위나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지겠지만많은 씨들이 좋은 땅에 떨어지기에 삼십 배육십 배백배의 결실 맺는다예수님의 생각처럼 우리 또한 하느님께 엄청난 기대와 희망이 있다그래서 우리는 아버지가 맡기신 일을 중단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다. 말 좀 들어라!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열매를 맺는데, 백 배,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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