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1월 12일 연중 제 32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11 12일 연중 제 32 주일

“그때에”(마태 25,1)로 시작되는 오늘의 말씀은 미래에 닥칠 예수님의 재림을 말하고 있다사실 초대교회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곧 재림하시리라는 기대 속에 있었다하지만 재림이 지연되자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1테살 4,13­14; 마태 24,23­28 참조마태오는 종말 심판 설교 (­25)를 전하며 반드시 ‘종말은 오겠지만 그때는 모르니 깨어 있으라.(24,32­25,30)는 말씀으로 종말이 당장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마태오 복음 25장 전체는 열 처녀의 비유말씀과 달란트 비유말씀 그리고 최후심판의 말씀으로 예수님의 재림을 전하고 있다이번 주일 복음은 마태오 복음 25장의 첫 번째의 비유의 말씀이며 마태오 복음에만 나오는 열 처녀의 비유다구약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혼인을 맺는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신랑을 하느님신부는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은유로 나타난다. 신약성경에서도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교회는 신부로 가리키는 은유가 많지만, 오늘 복음에서는 교회를 뜻하는 은유가 신부 대신 신부의 여자친구(들러리)들로 표현된다.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 (25,1) 어리석은 처녀와 슬기로운 처녀로 나뉜다. (2)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기름을 함께 준비하고 있었고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만 준비하고 있었다산상설교에서 슬기로움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로 반석 위에 집을 짓는사람들이다. (마태 7,24­-27) 이와는 반대로 등만 준비한 처녀들은 즉 듣기는 하지만 (실천이 없다 (빛을 채워 줄 기름)는 뜻이다.

 

신랑이 늦어지자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던 열 처녀들은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는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6) 신랑이 온다는 소리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7) 한밤중까지 밝혀 두었던 등불이 꺼져가고 있었다열 처녀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을 맞이하는데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은 처녀들은 어쩌면 이 세상의 처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사람은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허겁지겁 준비 하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지 않던가?

 

슬기로운 처녀들은 한밤중에 들이닥친 신랑의 발걸음을 등불로 밝히며 혼인 잔치에 들어갔지만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을 사러 간 사이 문이 닫혔다. (10-­11) 신약성경에서 혼인 잔치는 하느님 나라와 직결되는 구원의 사건이며 (22,1­14) 앞서 언급한대로 신랑은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말한다오늘 복음에서 슬기로운 처녀들은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춘 사람들의 모습이며닫힌 문을 두드리는 어리석은 처녀들은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모습이다.

 

 

주인님문을 열어주십시오 하고 청하는 처녀들에게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12)는 말씀은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는 말씀을 상기시킨다즉 어리석음과 슬기로움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에 있다는 뜻이다. 어리석은 처녀들이 꺼져가는 등불을 바라보며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고 있던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달라.(8)고 청하지만 그 부탁을 거절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기름은 하느님의 뜻에 따른 행실 곧 사랑의 실천을 나타내기 때문이다자신이 행하지 못한 사랑은 아무리 친하다 한들 다른 사람에게 빌려 올 수도 빌려줄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기름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사랑은 봉사와 나눔과 친교의 구체적 실천에서 흘러나온다. 빈손으로 왔지만나의 손을 채워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따라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름통에 한 방울 씩 채워 넣어야 한다.

 

그리스도인 이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다섯 명의 슬기로운 처녀들과 같이 세상 한가운데서 깨어 살다가 깨어 죽고자 분투하는 자들이다그들은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 애타게 기다렸으며 또한 등잔과 그 안에 필요한 기름도 충분히 준비하고 있었다그리고 한밤중 예기치 않은 시각에 신랑이 왔을 때그들은 그분을 뵐 수 있었고, 그분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다이렇듯 다시 오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시각에갑자기불현듯 우리에게 오실 것이다. 신앙인이란 세상 밖에서 깨어 있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세상 안에서 깨어 있고자 하는 자들이다. 어쩌면 세상 안에서 세상의 가치 기준을 거슬러 사는 자들이다이렇게 깨어 살고자 노력하며 마지막 순간에도 깨어 죽고자 분투하는 자들이 바로 참된 신앙인들이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고 말씀하셨다참된 신앙인이란 예수님의 재림이 언제 어느 때가 되든지 주님의 뜻을 따라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며 사랑의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11월은 위령 성월이다그리고 새로운 전례력이 시작되는 대림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밖에는 이미 성탄과 연말을 핑계로 흥청거릴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에깨어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우리가 밝혀야 할 사랑의 등불과 손을 내밀어 밝힐 기름은 충분한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혹시라도 마지막 날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도록 선물로 주어지는 일상의 삶에 감사드리며항상 깨어 준비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부족한 우리들이 깨어 살다가 깨어 죽을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간절히 청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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