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4일 Fr, 서현승(베드로) 연중 제 5 주일 강론

 

 

 

수도원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이동 산길을 산책하는 중에 자주 마주치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걸음걸이가 매우 불안정해보이는 젊은 여자와 항상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꾸부정한 자세로 걷는 중년의 남자아무 말도 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산길을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을 자주 만나다보니 언젠가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신경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중년 남자는 때로는 뒤에서, 때로는 옆에서 젊은 여자를 흘낏 흘낏 쳐다보며 걷고 있었습니다. 항상 서너 걸음의 거리를 두고 걷는 두 사람의 사이를 지나가야할 때에는 까닭모를 긴장과 함께 불편하기까지 했죠.

 

   근처의 어느 가게 주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두 사람은 부녀지간이라고 했습니다.

   어렸을 적 불의의 사고로 뇌와 다리를 다친 딸과 함께 아버지는 그렇게 매일 딸의 운동을 같이 하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더 자세한 사연을 알지 않아도….장애를 가진 딸 곁에서 오랜 세월 함께 동반해왔을 아버지의 심정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어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 멀리서 걸어오는 두 사람의 웃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환하게 웃고있는 딸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아버지는 서너 걸음 떨어져 걷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더 이상 의아하지도, 불편해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그 모습이 우리 인생 길을 지켜주시는 하느님을 무척이나 닮은 것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더랬습니다. 

 

서현승 베드로 신부(예수고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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