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1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12 31일 예수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다. 우리는 예수님, 성모님, 요셉 성인이 꾸민 가정을 ‘성가정’ 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가정 또한 성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들이 생각하는 성가정은 예수님께서 이루셨던 성가정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가정이라 함은 단순히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예수님께서 이루셨던 가정은 세상의 관점으로 볼 때 엄청난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가정 이었다. 결혼도 하기 전에 아기를 가진 어머니, 그리고 양아버지, 또한 사형수로서 어머니 앞에서 죽음을 당하는 아들. 이런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고 본받을 가정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농담이 있다. 여자들이 나이 들면서 필요한 것이 다섯 개가 있는데, 첫째는 친구, 둘째는 건강, 셋째는 돈, 넷째는 시간, 다섯째는 딸이라고 한다. 반면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필요한 다섯 가지는 첫째는 부인, 둘째는 아내, 셋째는 마누라, 넷째는 집사람, 다섯째는 여편네라고 한다. 웃자는 얘기가 아니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엄격한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아내가 집 안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세상의 생각이 바뀌고 거기에 남자가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면서 점점 집에서는 힘이 없어지게 되고 슬슬 눈치 보는 처지가 된다. 가부장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농으로 아내가 곰탕을 끓이면 겁부터 난다고 하지 않던가?

 

좁은 지면 안에 남과 여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참 행복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서로가 배려하고 사랑하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이런 걱정은 조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니? 하면서도 기분 나쁜 것은 꼭 말로 하고 야 마는 사람을 보면서 어찌 사랑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을까? 이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 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깝게 있다는 이유로,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결과는 서로가 점점 멀어지고, 그저 나만 잘 살면 되지 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해 가지 않을까 싶다.

 

가정은 하느님을 만나는 터요,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고 강생의 사랑을 체험하는 사랑의 학교여야 한다. 인간은 가정을 통해 성장하며, 사랑으로 맺어지는 가정은 모든 인간관계의 표상이 된다.

 

오늘날 사회의 기본세포인 가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부모들 중에는 자녀를 낳아 키우느라 고생하고, 학업을 마친 뒤에도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들 때문에 힘들고, 출가 시킨 뒤에도 손자 손녀 봐주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끝없이 요구하고 불평하며, 치매에 걸리고 병든 부모를 짐스러워 하고 업신여기며 외면하는 자녀들도 있다. 오늘 1독서에서 부모가 “연로했을 때 잘 보살피고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말며,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집회 3,12-13)고 경고한다.

 

혈연관계나 한 지붕 아래 사는 것만으로 성가정이 될 수 없다. 서로 연락 하지도 않고 사랑의 관계를 맺지 않은 채 무관심하게 살아간다면 남남과 다를 바 없다. 혈연 관계이든 아니든 한솥밥을 같이 먹고 삶의 애환과 고통을 사랑으로 함께 나누는 식구들이 진짜 가족이다.

 

앞서 말한 대로 나자렛 성가정은 마리아의 혼전의 구세주 잉태로 어려움을 안고 출발하여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을 때까지 숱한 고난을 겪는다. 그들은 본향인 유다 지방 베들레헴을 떠나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으로 이주해, 이주민으로 노동하며 살았고, 이집트로 피신해 난민생활을 체험하기도 했다. 그런 중에도 마리아와 요셉은 평범한 서민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온갖 고난을 묵묵히 견디며, 아기 예수를 튼튼하고 지혜가 충만하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도록 양육하였다(2,40). 어린시절 예수님은 부모님께 순종하셨다(1,50).

 

우리도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 무엇보다도 기도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지닌 가정이 되도록 힘써야겠다. 가족이라면 서로 따뜻한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서로 신뢰하며 존중하고, 삶의 애정 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고통과 시련을 함께 견뎌내고, 잘못과 실패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랑의 기다림이 있는 가정이 성가정이다.

 

오늘 2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누구 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콜로 3,13-15). 마치 어머니 마리아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며 주님을 신뢰하신 것처럼 우리도 가슴에 간직하고 신뢰해야 하고 요셉의 갈등이 주님이 주시는 용서와 사랑과 내적인 평화의 삶으로 빛을 받아들이신 것처럼 우리도 사랑의 끈으로 묶여 서로 참아주고 용서함으로 빛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모든 가정들이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사랑의 끈으로 묶여 그리스도의 평화가 가득한 성가정 이루어 사시 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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