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Fr. 김두진(바오로)강론

 

1 12일 주님 세례 축일

오늘 주님 세례 축일로서 은총으로 빛났던 성탄 축제도 끝나고 내일부터는 연중 제1주간이 시작된다.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공생활을 시작하신다.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루카 3,3)를 선포한 세례자 요한에게 여러 계층의 많은 유대인들이 와서 세례를 받는다. 예수님께서도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가시는데, 처음에 요한은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기를 사양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이야 말로 자신보다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으로 자신은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루카 3,16)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죄가 없으신 분이시기에 굳이자기 죄를 고백하며”(마태 3,6) 죄의 용서를 위한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서 세례를 받으신다. 이 때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예수님 위에 내려오시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라고 선포한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주님의 종이라는 당신의 사명을 수락하시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시작하신다. 그리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 예수님께서는 온 누리를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신다. (사도 10,38 참조). 예수님께서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온갖 값싸고 추악한 권력들이 아귀다툼하는 불의한 세상에 주님의 공정을 세우신다. 탐욕에 눈이 멀어 벗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지 못하는 무관심한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시어 함께 사는 세상을 일구게 하시고, 이내 사라질 한줌 권력에 취해 스스로를 가두고 절대자로 군림하려는 가련한 노예들을 해방시키시어 섬김의 기쁨이 가득한 차별 없는 세상을 보듬게 하신다. (이사 42,4-7 참조).

 

예수님께서는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으로 피 흘리는 죽음의 세례를 미리 받으신다. (루카 12,50 참조). 예수님께서는 몸소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하여 사랑으로 죽음의 세례를 받아들이신다(마태 26,39 참조). 예수님의 이러한 수락을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음성으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즐겨 받으시고, 성령께서는 예수님 위에 머무르신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서, 당신 세례 안에서 죽음과 부활을 미리 겪으신 예수님을 닮게 된다. 바오로 사도는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라고 한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속죄하는 신비 안으로 들어가야 하며, 예수님과 함께 물에 잠겼다가 그분과 함께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하는 자녀가 되고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례란 씻는 예절이다. 요한은 실제로 요르단 강에서 온몸을 씻게 했다. 지금은 이마에만 물을 부으며 상징적 행위로 남아 있다. 세례의 핵심은 죄를 끊고 악습을 씻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분의 자녀로서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례성사의 본질은내적 변화에 있다. 나의 뜻은 물속에서 물과 함께 씻어내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채워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세례다. 사랑이 아니었던 것들,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들을 물속에 남겨두고, 오로지 사랑 그것 하나만을 향해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세례다. 생명을 갉아먹던 모든 것들을 물속에서 털어내고, 생명이신 하느님께로 되돌아서고자 함이 곧 세례성사이다.

 

지난주 주님 공현 대 축일에 이어 오늘 주님의 세례를 통해 예수님의 정체가 다시 한 번 공개된다. 목동이나 동방에서 온 현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하늘에서부터 직접 음성이 들려온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 하느님의 생명을 간직하고자 기꺼이 사랑을 선택할 줄 아는 이들, 사랑하기에 스스로를 비우고 낮추는 모든 사람의 아들딸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는 오늘,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처럼 우리 자신이 작아짐으로 우리 이웃이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 사실 안에서 이웃 안에 머물러 계신 그분이 커지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자녀 되어 하느님이 되어짐을 믿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어 내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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