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Fr. 김두진(바오로)강론

 

12 29일 성가정 축일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다. 예수아기가 탄생함으로써 요셉과 마리아가 이룬 가정, 이 가정은 다른 여느 가정처럼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이 성가정인 이유는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아기의 잉태와 탄생을 놀라움과 기쁨, 순명과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이루는 가정 안에 스며 있는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헤아리며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인간적인 면으로 보면 예수님의 태도와 대답은 정도를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 있다. 아들을 애타게 찾으러 다니느라 지친 어머니에게 '왜 저를 찾았느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네 아버지와 내가 애타게 찾았다는 성모님의 말에 제 아버지의 집에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적반하장의 대답을 한다.

 

예수님과 성모님이 서로 다툰 듯 갈리지만, 이들의 관계는 칼로 무 자르듯 단절되지 않는다. 이 사건 이후 아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고 전하며 성모님은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 했다고 전한다. 가족 간에 분리되는 지점이 있다하더라도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가정적 거리두기'가 아닐까 싶다.

 

성가정이 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일치가 아니다. 동일한 것을 해야 하는 강요된 획일화가 아니라 적절한 거리 유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조화로운 관계이다. 구성원마다의 역할과 개별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한편 하느님 아버지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일치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예수님과 성모님이 보여 주신 적절한 '거리두기 '가 필요하다. 관계는 밀착이 아니라 여백과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힘의 균형을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순히 예수, 마리아, 요셉이 나자렛으로 함께 내려가 지낸 것만을 두고 ' 성가정'이라 하지 않는다. 사실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그리고 요셉이 이루셨던 가정은 세속적으로 보면 완전한 콩가루 집안이었다. 첫째로 부부간의 갈등도 많았던 가정이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이었다. 함께 살기도 전에 마리아가 임신하자 요셉은 조용히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을 만큼 갈등과 오해로 그들의 부부생활은 시작되었다.

 

 

 

세상에 갈등 없는 부부는 없을 것이다.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가족이 주는 아픔을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의 힘으로 덮어 사는 가정이 성가정이다

 

자녀가 속을 썩이지 않아야 성가정일까? 예수님은 참으로 부모님 속을 많이도 썩였다. 태어날 때부터 짐승 우리인 마구간에서 낳아야 했고, 그 아기를 죽이려는 헤로데 때문에 한밤중에 이집트로 피신해야 했다.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식에 가슴 졸여야 했고, 마침내 예수님은 어머니 앞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참하게 죽었다. 예수님보다 더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한 자식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이 가정을 신앙의 모델로 여기고 그렇게 살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 가정의 중심에 하느님이 계셔야 한다는 뜻이다. 부부간의 갈등 속에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내고, 속 썩이는 자녀들 과의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가정중심에 하느님 이 계신다면 성가정이다. 성가정은 주님을 가정의 중심으로 삼아 믿음으로 주님이 가르쳐 주신 십자가의 사랑을 살아내는 가정이다.

 

가정은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고 생명이 성장하는 '우리'(울타리). '울타리' 안에서 생명은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그곳에서 말하고, 행동하며 판단하고 올바로 사는 것은 무엇인지를 배우는 중요한 학교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처럼 생명의 강생이 이루어지는 거룩한() '울타리'(家庭)이다. 세상이 어두움으로 두려워 하느님의 빛이 생긴 것처럼 가정은 다른 세속이기에 빛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어머니가 자녀 때문에 겪는 아픔도, 배우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어두움이지만, 요셉이, 마리아가 지니셨던 마음을 가슴에 새김으로 빛을 받아들이는 거룩한 곳이 성가정이다.

 

자녀의 삶을 이해 못하는 아픔, 품에 안고만 없어 아쉽고 슬프지만 떠나 보내야 하는 고통, 서로가 달리 보는 시각 때문에 오는 어려움, 모든 고통과 갈등은 모든 가정에 공존한다. 해서 가정 안에는 예수님이 필요하고, 요셉도, 마리아도 필요하다. 해서 거룩함()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함께 지낸다는 사실 외에도 각자의 영역에 대한 이해와 존중 안에서 일어나는 거리를 안정할 보다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지 않을까 싶다. 성가정을 이루신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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