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바오로)신부님 주님승천 대축일 강론

 

 

 

 

구름에 가려진 주님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면 우리가 체감하는 것은 추위다. 하지만 태양은 늘 그 자리에 있다. 흐린 날씨로 구름에 해가 가려져 올 봄은 그래서 많이 추웠나 보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셨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은 신약성경에 단 두 군데에서만 나타난다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에서 인데, 두 성서의 저자는 동일 인물이다. 루카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 "축복하시면서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그들은 엎드려 예수께 경배하고 기쁨에 넘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루카 24,50-53)고 전한다

 

오늘 우리가 제 1 독서로 들은 사도행전은 조금 더 자세하게 전한다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 하셨고

"마침내 구름에 싸여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됐다고 전한다. (사도 1,9-11). 그런데 같은 저자가 썼지만 하늘로 올라간 시기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루카복음서에서는 문맥상 부활 다음날 아침이고사도행전에서는 40일 동안의 활동 기간 후에 승천하는 것으로 서술이 되어있다왜 유독 사도행전에서만 예수님께서 40일이 지나서 승천하셨다고 하는 것일까

 

40일은 무엇을 준비하는 기간이다모세도엘리아도, 40일을 단식하며 하느님을 만났으며 이스라엘 백성들도 약속의 땅을 가기 위해 40년을 준비해서 들어갔다고 성서는 전한다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시며 공생활을 준비하신 것처럼 제자들도 40일 동안 준비하는 시기를 거친 후 하느님의 사업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사도행전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고 전한다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것은 달이나 목성 중 어떤 행성으로 가셨다는 것이 아니라구름에 감싸여 더 이상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셨다는 말이다. 사실 이런 표현은 성경 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탈출기에서는 모세가 산으로 오르자 구름이 산을 덮어 모세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도 구름이 모두를 덮는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구름이 누군가를 덮을 때 항상 하느님의 뜻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모세가 오른 산이 구름에 감싸인 뒤에는 하느님의 뜻인 계명이 주어지고, 예수님께서 변모하실 때에도 구름이 모두를 덮은 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예수님 승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구름이 그분을 덮자 주님의 천사들이 나타나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계획을 전해준다. (사도 1,10)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그러면서 천사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라고 묻는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지 말고,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세상 끝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라는 하느님의 권고다. 구약성경에서 구름은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자, 주님 영광이 드러나는 장소(탈출 16,10). 하느님께서는 구름 기둥 속에 계시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시고 그들을 구원하신다. 결국, 구름이 예수님을 감싸 안았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현존의 장소로 들어가셨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자리에 오르셨음을 말하고 있다.

 

구름에 가린 태양은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도 구름 뒤편에는 밝게 빛나는 태양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예수님께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됨은 당신의 일을 우리에게 맡기고 아버지께로 돌아가심으로써, 우리가 당신의 일, 곧 이 땅에 하느님의 뜻이 충실히 이루어지게 하는 일을 행하도록 하시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를 고아처럼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오늘 복음이 전하듯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구름 기둥 위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계신다.

 

우리의 삶 안에서 힘들고 지칠 때 "하느님은 어디 계신가?"하며 하늘을 우러러볼 때가 있다. 신앙생활이 힘겹고 지치면 주님의 현존을 잃어버려 찾으려 하지 않는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 추위에 떠는 것처럼 우리의 삶이 고달파 진다. 그러나 하느님은 어디 계신가? 는 질문 안에는 이미 하느님이 현존하신다. 아이들과 숨바꼭질처럼 숨어 있는 엄마나 아빠는 숨어 있는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 숨어 계신 분은 오히려 더 가까이 계신다. 하늘로 오르시어 몸으론 멀어졌으나 우리 가슴에 계시는 그분을 품고 사는 이들이 그리스도 신앙인이다. 그분이 무슨 일을 하셨는지 기억하고 그 일을 실천하는 것이 성령을 받은 이들의 삶이다. 성령 안에서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게 되면 그 현존에 더 머물고 싶어 진다. 하느님의 현존을 느낀 사람들은 그 시간이 감미로워 그 시간을 기다리고 그 시간을 찾는다. 오히려 시간을 따로내어 그분의 현존에 머무르려 하고 그분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루카 24,46-47)고 말씀하시며 성령으로 다시 난 이들의 삶을 가르치신다.

 

주님 승천 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바를 기억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며 주님의 증인이 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 끝 날까지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며 그분의 증인으로 살아간다면, 주님께서는 반드시 구름을 타고 올라가신 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오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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