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5일 연중 제 5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2 5일 연중 제 5 주일 복음 묵상

 

어느 겨울 저녁 맨발의 어린 소년 하나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불이 환하게 켜진 신발 가게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한 중년 부인이 지나가다가 소년을 보고 다가가 물었다. “얘뭘 그리 쳐다보니?”소년은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지금 하느님께 신발 한 켤레만 달라고 기도하던 중이에요.”부인은 소년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새양말과 신발 한 켤레를 주문하고 점원에게 세숫대야와 수건을 빌려 소년의 발을 씻긴 다음 새로 산 양말과 신발을 소년에게 신겨 주었다소년은 그런 부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줌마가 하느님 부인이에요?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예화인데오늘 복음 말씀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너희는 세상의 빛이다.”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씀을 잘 들어 보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될 것이다.’가 아니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고 하신다또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될 것이다.’가 아니고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신다훗날 신앙으로 잘 다듬어지고, 영적 성장을 하게 되어 무엇인가 나아지게 되면 소금이 되고빛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신앙인은 지금 우리 자신이 소금이고빛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의 산상설교로 구성된 마태오 복음5-7장은 참 행복 선언을 비롯하여 내용 전부가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어떤 사람들 인가에 대한 말씀을 담고 있다지난 주일 예수님은 여덟 가지 행복으로 사는 사람이 참 행복을 사는 사람이라 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은 이미 하느님께 선택 받았기에 이를 축복으로 받아들여 사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이다.

   

참 행복 선언을 하신 후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라 하시며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일깨워 주신다사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참 행복 선언으로 하느님 백성이 되었기에 이미 세상에 속해 있지 않지만아직은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살면서 세상과는 다르게 드러내야 할 사명과 정체성에 대해 가르침을 주신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소금과 빛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그것은 그리스도인이 갖는 사명과 영향력이다

 

 

소금은 세상의 어떤 물질로도 낼 수 없는 독특한 짠맛을 가진다목감기에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면 짠맛으로 인해 목에 통증에 가까운 느낌까지 들지만, 소금의 짠맛이 음식에 스며들면 그 음식 맛을 원래 맛 그대로 맛나게 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준다마찬가지로 음식 맛을 좋게 내는 소금처럼 하얀 ‘MSG’라는 조미료가 있다. MSG가 들어가면 모든 음식 맛이 좋아지지만,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이것을 넣지 않는다. MSG는 음식이 가진 고유한 맛을 없애 버리고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빛의 사명은 세상의 사물을 볼 수 있게 하고 그 사물을 분별하게 한다빛의 밝힘으로 세상이 의미를 가지며어둠을 넘어 서로의 정체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이에 대해 사도 바오로는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사람순결한 사람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 2,15)라는 말로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빛으로 영향력을 보이라고 권고한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 이어야 한다소금은 음식의 참 맛을 낼 뿐 아니라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고빛은 어둠을 밝혀 사물을 분별할 수 있게 한다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살지만세상과 구분되는 독특한 맛과 빛으로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향하게 하는 영향력을 보여야 한다그리스도인의 사명과 영향력은 모든 하느님의 백성에게 동일하게 드러나야 한다.

   

신학자 한스 큉은 “사제들이 교회를 향해서 파견된 성직자라면신자들은 세상을 향해서 파견된 성직자”라고 했다그리스도인은 자기가 파견된 모든 분야에서 예수님의 제자라는 의식을 갖고 세상과 구별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이를 통하여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기에게 부여된 소금과 빛의 정체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야 예수님의 참 행복 선언이 완성되며 세상의 복음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시며 당신 제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이르신다소금으로빛으로 세상에 합당한 영향을 미치라고 하신다. 소금은 식탁 위 소금통에 담겨 있을 때가 아니라 콩나물국에 적당히 들어갔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빛은 등경 위에서 주위를 밝혀야 한다. 우리도 세상에 스며들어 세상을 비추며 살아야 한다세상에 익숙해져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며 살지 않기를 노력해야 한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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