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3일 연중 제 16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강론입니다

 

7월 23일 연중 제 16 주일

얼마 전 성모상 주변에 수녀님이 꽃을 심었다고맙게도 예쁘긴 잘 자라고 있다그런데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여름에는 잠시만 눈을 돌리면 잡초가 자라나 화단을 뒤덮기 십상이다그러므로 잡초는 눈에 보이는 대로 뽑아야 한다해서 햇볕이 잘 드는 꽃 심은 곳에 키가 큰 잡초가 보여 얼른 뽑아 버렸는데수녀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다나는 여름이 되면 지저분하게 자라나는 잡초들이 머리를 풀어헤친 것 모양 들쑥날쑥 자라나 지저분해 보일까 뽑아 버린 것이었는데수녀님은 제대에 꽃꽂이 하려고 눈 여겨 본 것들을 다 뽑아 버렸으니 화가 나실 만도 하다이왕에 얘기가 나왔으니사제관 가는 길목에 어느 분이 고추를 심은 것을농담으로 다 뽑아버리겠다고 했는데누가 뽑아 가셨나 보다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나는 절대 뽑지 않았다!

 

오늘 복음에서 밀과 가라지의 이야기가 나온다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우려하는 주인의 염려도 이해 못 할 것은 없지만그래도 농사를 잘 지으려면 어린 곡식이 일부 손상되는 것을 감수하고서 라도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농사의 효율성만 놓고 본다면 잡초를 놔두는 주인이 틀렸고 죄다 뽑아내는 일꾼들이 옳다고 볼 수 있다밀과 가라지의 차이는 양식의 가치와 그렇지 못함의 차이다. 가라지가 악한 것이라 기보다는 다만 곡식으로서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이다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잡초가 하나같이 우리에게 쓸모가 없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좀전까지 쓸모없다고 생각 되었던 잡초가 귀한 약재로 자리잡은 것이 어디 한 두개인가?

 

사람은 완벽하게 선하지도 않고또 완벽하게 악하지도 않다오늘은 선하다 가도 내일이면 악 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흔히 교회를 세상 안에 있는 하느님 나라라 한다이런 이유로 어떤 이들은 교회 안에는 천사 같은 의로운 사람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회의 부정적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신자들도 서로를 비판하고 심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그러나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세상 안에 존재하는 죄인들의 모임이기도 하다해서 교회 안에 죄인이 들끓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가끔 열심히 봉사하던 교우들이나 새 신자들이 기존 신자에 대한 실망으로 상처를 받고 공동체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그래서 든다어느 누구도 스스로 의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선과 악의 심판은 하느님께 맡기고 우리는 그저 자신의 삶이나 충실히 살아야 하는 것이 더 옳은 일이지 싶다밀과 가라지의 공존은 집단이나 공동체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존재한다만일 나를 밀이라 생각하면 가라지를 뽑지 말라는 주인의 태도가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라지라고 본다면 추수 때까지 기다리자는 주인의 이 말씀이 얼마나 고마운 말씀이 될까

 

우리 안에서 가라지와 밀이 함께 자라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가라지는 사람의 단점이나 부정적인 모습을 뜻하기에 그런 가라지를 예수님께서는 그냥 두라고 하신다이 말씀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라는 뜻이다결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가라지가 가시가 되어 자신을 찌르게 될지도 모른다그러다가 상처 받아 아파지면 비난할 대상을 찾게 되고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된다결점이 있을수록 자신과 화해해야 하고그 단점들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도록 노력해야 한다숨어 있는 자신의 가라지를 찾아내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함으로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더 간절히 청하는 이가 되어야 한다.

 

선과 악의 구별은 오직 하느님에게만 유보되어 있기에 그분께서 추수 하실 때에 밀과 가라지를 골라 내실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보여 지는 부분만이 아니라 그의 내면을 보심으로써 악인으로 단죄 받은 세관장 자캐오에게서 관대함을 끄집어내셨고막달라 마리아의 부정한 삶 속에서도 신앙의 큰 사랑을 드러내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라는 예수님의 관점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회복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평화를 얻을 수 있다바오로 사도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로마 7,13)라는 말씀처럼우리 속에도 선 뿐만 아니라 악도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사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루카 18,19) 이처럼 예수님께서도 당신 자신을 선하다고 하지 않으셨는데,하물며 우리가 어떤 선의 잣대로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며 단죄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은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시간이다내 안에서공동체 안에서세상에서 밀과 가라지의 공존을 참아주고 인내하며 동행하는 너그러움관대함인자함즉 강한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그러니 언젠가 하늘나라의 완성에 다다라 그분께서 손수 하실 때까지 이 나약함과 부족함불결함을 견디어 내야 한다해서 우리 자신과 교회 공동체 그리고 세상에서 가라지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밀과 가라지가 섞여 있지만주님의 눈에는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다.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종들의 이 말에 주인은 기다리라고 하신다종들은 순간을 보지만 주인은 멀리 내다보신다그러니 종말까지 선과 악은 공존하게 되어 있다어둠의 요소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머물 것이다그렇지만 주인은 처음부터 좋은 씨를 뿌렸다원수는 가라지가 자꾸 생겨나게 하지만그래도 열매 맺는 좋은 씨가 훨씬 더 많지 않음을 기억하는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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