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명의 빵

 

 

 

 

 

살아있는 생명의

 

 

먹기 위해 삽니까? 아니면 살기위해 먹습니까? 먹기 위해 산다고 한다면 너무 세속적 표현 같아서 조금 망설이지만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먹어야 삽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지난 주일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믿어야 볼 수 있는 신앙의 정점인 성체 성혈의 신비를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살아있는 빵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의 6장 51 부터 58절까지의 말씀은 공관복음에서 최후만찬 전승과 비교되는 "성체성사론"적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계시하심으로 당신 안에 있는 생명을 우리게 주시는 빵이라 하십니다.

 

이 말씀을 들은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납니다. 누군가의 ‘살과 피’가 참된 양식과 음료가 되며, 그의 ‘살과 피’ 를 먹고 마시는 사람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하니 상상조차 어렵고, 가당치도 않으며 이해하려 해도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그분의 ‘살과 피’가 무엇인데 영원한 생명을 주고, 그 살과 피를 먹는 이는 그로 말미암아 살게 된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53절) 예수님 없이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참된 음식이요 참된 음료이기 때문에, 가짜 음식과 가짜 음료로는 영원을 살 수 없다고 하십니다. 피에 대한 언급이 섬뜩하기도 하지만 장차 흘리게 되실 피를 암시합니다. 당신의 십자가의 죽음으로 우리의 죽음을 없애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살과 피’를 남에게 준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살과 피를 내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주일 들었던 말씀처럼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세상에 보내신 외아들이며 십자가에 들어 높여진 분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눈에 보이는 성부의 사랑이십니다.

 

그런 분께서 우리들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게 하심으로 남김없이 자신을 내어 주시고자 하십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성체성사에서 외적으로 드러납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 사랑을 체험하게 하고, 기념하며 기쁨을 누리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목숨을 바쳐 사랑하셨던 그분의 삶은 이 '살과 피'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합니다.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살과 피’는 단순히 한 덩이의 ‘살과 피’가 아니라 그분 자체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표징이며 실재입니다. 그 ‘살과 피’는 속량된 사랑이며, 조건 없이 내주는 무상의 선물이고, 편견 없이 다가오는 참된 평화와 벅찬 희망입니다.

 

아낌없는 사랑은 그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베풀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이 되고, 친교와 나눔을 가져오는 내적 힘이 됩니다. 그러기에 주님의 ‘살과 피’는 참된 양식과 음료가 되어 내 안에서 새로 운 생명력으로 육화되고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지표가 됩니다. 

또한 그분의 사랑은 나한테서 이웃에게 전해지는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살과 피’ 를 먹고 마시는 우리는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 2, 20)

 

오늘 복음에 앞서 예수님은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요한 6, 1-15)을 일으키셨고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라고(22­-51절) 말씀하셨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배가 불렀던 유다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만, 예수님은 이제는 육신의 양식을 넘어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으로 당신 자신의 살과 피를 내놓으십니다. 직접 자신의 몸을 바치시겠다는 말씀에는 모두들 어리둥절해합니다. 유다인들에게는 현세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그 말씀을 받아들일 지혜가 부족합니다. 예수님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하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말씀이었지만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빵은 잠시의 배고픔을 해결해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빵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의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것처럼(4장), 생명의 빵을 먹으면 영원히 배고프지 않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51절)라고 하셨듯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의 빵만이 세상에 생명을 줍니다. ‘하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을 가리킵니다. 그 빵은 바닥나지 않고 계속 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51ㄷ절)은, 마르 14,24의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를 상기시킵니다. 헌신적인 죽음으로 세상을 구원하실 뿐더러 먹여 살리시기까지 하십니다. 세상을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시겠다는 뜻이면서, 성체성사적인 중단 없는 선물을 예고하십니다. 성체성사로서 세상이 예수님의 몸을 먹고 생명을 얻기를 바라십니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58절)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늘 굶주림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약속의 땅으로 가는 백성에게 음식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살과 피는 만나와는 다릅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입니다(27절). 예수님이 주시는 살아 있는 빵은 목숨을 연장하거나 죽음을 면하게 하지는 않지만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완성되어 영적 생명을 줍니다.

 

성체성사는 영원히 변치 않는 예수님과의 친교를 이루는 신비의 성사입니다. 예수님이 구원의 양식이요 생명의 원천이심을 믿어 고백하는 성사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고 기념하는 구체적인 믿음의 자리입니다. 그 믿음은 갈증뿐 아니라 배고픔도 해결해 줍니다. 성체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와 맺는 인격적 관계를 완성시킵니다.

 

먹어야 삽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셔야 영원한 생명을 살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우리도 완성됩니다.

 

 

                                                                                                                                                                                                     – 김 두진(바오로)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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