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기주의란 말이 있습니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서로 보살피고 위해주어 함께 잘되어 보자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단어들이 그런 집단 이기주의를 감추고 있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속한 종교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종교에는 진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제1독서로 들은 민수기에서 모세는 장로 일흔
명을 택해서 만남의 장막에서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영을 받게 합니다. 그런데 모세가 택하지 않아서, 장막에 가지 않았던 장로 두 사람에게도 영이 내려 그들이 예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세의 제자이면서 시종인 여호수아는 그 소식을 듣자, 그들을 말려서
그 집단 안에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모세에게 권합니다. 모세가 택하지도 않은 사람이 영을 받으면, 그 집단 안에 질서가 문란해 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모세는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라고 하며 자기가 한 선택이 중요하지 않고,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사도 요한이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자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보려고 하였습니다.”요한은 ‘저희’라는 말을 세 번이나 사용합니다. 저희’가 그를 보았고, 그는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고, 저희는 그를 막으려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저희 즉, 우리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공동체 속해 있는 이유는 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위해서이지, 우리라는 인간에 속해 있기 위함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막지 마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하시고는
이어서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하십니다. 예수님의 제자 집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의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리스도의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물 한잔을 건네는 사람도 그리스도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예수님은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릇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이 약한 사람을 죄짓게 하여 신앙을 저버리게 한다면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말씀입니다
“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를 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너무 섬뜩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죄를 짓게 하는 ”우리 신체 중 손, 발, 눈 얼마나 중요한 곳입니까? 그러나 자르거나 뽑아 없애라는 뜻이
아니라 손, 발, 눈처럼 소중한 것을 잃는다 해도 그것이
치명적으로 영원한 파멸을 초래할 죄로 인한 벌에 비길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손과 발과 눈은 사람의 행동을 성취하고, 그 행동을 얼마든지
악행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신체의 기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들 신체의 기관들이 악행의 도구가
될 바엔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을 말 그대로 따라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매일 죄를 지으며 사는 신자들이 사지가 멀쩡한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손과 발과 눈은 인간의 내적 지향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외적 표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신체의 기관, 즉 도구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내적 지향이 문제가 되는 법입니다. 그렇다고
오늘 복음의 말씀을 쉽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비록 과장되고 무리한 요구이긴 하지만, 죄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깨닫고, 우리 신체의 모든 기관들이 선행의
도구로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선택한 제자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중요하고,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삶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사람들 안에 일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합니다. 나눔, 섬김, 사랑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