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바오로)신부님 연중 제 13 주 강론

 

6 26일 연중 13 주일: 쟁기 잡고 뒤돌아 보지마라!

 

우리는 인생을 여정이라 한다그러나 이 여정의 길은 그리 녹록치 않다이 길은 쭉 뻗은 고속도로처럼 잘 정리된 길이 아니라 곳곳이 울퉁불퉁하고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도 많아 넘어지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자칫 잘못 길을 들면 엄청 고생 해야 한다마치 광야에서 40년이나 방황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하늘나라의 목적지까지 가기가 무척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부르심과 따름에 관한 이야기다

1독서에서 엘리야는 엘리사를 부른다엘리야의 부름을 받은 엘리사는 가진 것을 모두 버려 두고 엘리야에게 뛰어간다그런데 엘리사는 엘리야를 보자마자 대뜸 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하고엘리야는 그것을 허락한다복음에서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매우 대조적이다하지만 엘리사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집으로 돌아온 엘리사는 겨릿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고자신이 쓰던 쟁기를 부수어 그것으로 고기를 구운 다음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한다즉 엘리사의 작별인사란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행위가 아니라뒤에 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한 것이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하느님 나라를 향해 여정의 길에 있는 우리들이다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에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인간적인 것들을 버려야 한다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새로운 방향이 되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다복음이라는 쟁기는 우리를 다시 하느님께로 이끌 것이다.

   

오늘 2독서는 이러한 종말론적 삶을 자유로운 삶해방된 삶이라 한다육의 욕망에서 벗어나고 죄의 지배에서 벗어난 삶이라는 말씀이다바오로 사도는 부르심에 대해 "형제 여러분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결국 율법을 지키는 것이 우리를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주님의 크신 은총을 깨달으려는 우리의 작은 마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는 것이다그래서 부르심은 바로 이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것이며이 은총을 사랑 안에서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려는 교만한 마음은 주님의 길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분별없는 열정은 사람을 파멸시키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주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게 허세를 부린다. "주님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릴까요?" 제자들 태도는 자신을 홀대하는 사마리아인들을 향한 맹목적인 감정에 치우쳐 있다

 

 

 

 

사마리아인들이 주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오래된 역사적 갈등도 있지만,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주님의 모습이 비천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주님의 여정이 영광의 길이라고 생각하고주님을 따르는 자신들이 누구인지 은근히 드러내고 싶은 교만한 허세 속에서 불살라 버리려는 의욕을 드러낸다. 사실 야고보와 요한은 주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첫째 자리에 앉혀 달라고 청했던 제자들이기도 하다. (마르 10,35-45 참조).

   

죄는 주님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 아버지의 겸손하고 작은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른다는 고백하지만, 정적 우리는 자신의 영광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집에 가서 부친의

장사를 먼저 지내야 한다는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먼저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람이나 모두 같다. 너무나도 인간적 바람이다그러나 주님의 말씀은 개인적 집착이 없어져야 그 안에 주님이 현존하실 수 있다고 하신다. 그렇지 않으면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이 만든 그 굴레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얼마큼 낮고 작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오늘 복음은 말한다. 우리가 주님은 찾을 때면 언제나 거기 계신다고 생각한다늘 거기에 계시기에 별 감흥이 없다. 주님을 따르려는 마음이 시간과 함께 퇴색해 버린 것이다신앙은 정원과 같아서 풍요롭게 가꿀 수도 있고거친 들판처럼 버려 둘 수도 있다

 

이런 버림의 삶세상의 욕망에서 자유로운 삶은 비단 성직자나 수도자들 만을 위한 삶은 아니다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들이 자유로운 삶해방된 삶종말론적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하신다물론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다만약그런 삶을 거부한다면 우리 모두 세상 밖으로 나가야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쟁기에 손에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 결코 바람직한 삶이 아니다.

 

행여 “예수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그러나 조금 있다가 돈 좀 번 다음에나이가 조금 더 든 다음에 따르겠습니다.” “예수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그러나 너무 바쁘니 여유가 생기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예수님 당신을 따르겠지만,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고내일은 친지 결혼식이며그리고 제 딸이 손자를 낳아서 꼼짝달싹 못해 주일도 거릅니다." 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분은 우리에게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말고그리스도의 자유를 얻으라고 하신다육의 욕망을 채우지 말고성령의 인도를 받으라고 하신다육을 위한 사람은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어 파멸할 터이지만성령을 위한 사람은 사랑으로 서로 섬겨 구원을 얻는다고 하신다그러니 우리는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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