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5일 연중 제 31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11 5일 연중 제 31 주일

불상을 싣고 가던 당나귀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쪽으로 인사를 하니까자기에게 인사하는 줄 알고 우쭐대다가 불상을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낸다그래서 당나귀는 마부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는 전례동화의 이야기를 우리는 안다.

 

하느님 백성의 지도자들은 주님을 위해 봉사하도록 뽑힌 사람들로서예수님을 등에 태워 모시고 가는 나귀에 비유될 수 있다그러므로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등에 모신 예수님이 찬미와 영광을 받으시도록 해야 할 것이다그걸 모르고 자신의 명예와 영광을 드러내려고 우쭐대며 까분다면 불상을 떨어트려 산산조각 내는 어리석은 나귀와 다를 게 없다.

 

유감스럽게도 하느님 백성의 지도자들 중에는 어리석은 나귀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오늘 1독서에서 말라기 예언자의 질책을 받는 이스라엘의 사제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었다구약의 사제들은 제사의 직무 외에도 하느님의 법을 올바로 가르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법을 다루면서 주제넘게 인간 차별을 정당화 함으로써 그분의 이름을 욕되게 하였고이 때문에 동족에게서 멸시와 천대를 받게 되었다오늘 복음에서 언급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도 예수님은 그들이 백성에게 봉사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짐만 지우고, 하느님보다는 자신의 명예와 영광을 더 찾는다고 질책 하신다. 그리고 아예 스승이나 지도자라는 소리도 듣지 말라고 엄명하시고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물론 충직한 나귀와 같이 주님과 그분의 백성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바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그 대표적인 인물이 사도 바오로다. 2독서에서 언급하듯이 그는 어머니가 자기 자녀에게 하듯이 그렇게 극진한 사랑으로 신자들을 대하면서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또한 신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동을 하며 자신의 생계를 해결했다아마도 이런 헌신적인 자세 때문에 신자들은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 말씀을 인간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의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신다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율법의 무거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우며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 질타하신다. 잘 보일 수 있게 성구갑을 크게 만들어 달고 다니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이며 인사 받기를 좋아하고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한다고 하신다

 

성구갑은 성경구절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양피지 상자이다. 어떤 이들은 항상 또 어떤 이들은 기도할 때 이마와 왼팔 윗부분에 묶는다이마에 묶는 것은 머리로는 율법을 생각 하려는 것이고 왼팔 윗부분에 묶는 것은 왼팔 윗부분이 맞닿는 곳이 심장이기에 마음으로 율법을 사랑한다는 뜻이라 한다. 이들의 이런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행동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고 대접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질타하시는 예수님 이시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2)라 말씀하시며,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의 교만함을 단죄하신다.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은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로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죄는 마음의 교만에서부터 시작 된다고 하신다. 그들은 하느님보다 그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지성을 더 나은 것으로 여기고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단순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영적으로 도와 주기보다는 자신들의 물질적 이익을 추구한다이런 그들의 행동이 위선이라고 하신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위선을 질책하신 것은 자신의 경건함과 의로움을 다른 사람 앞에 과시 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그런 이들의 속은 실상 불경하고 불의로 가득 차 있었기에 겉과 속이 다른 위선에 다름 아니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마음이 겸손한 사람들이며 비천한 이들이다. 우리가 저녁기도 때마다 바치는 ‘성모찬송'의 기도처럼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8) 라며 겸손을 기도한다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겸손은 집회서(10,28) “자존심을 가지되 겸손하고 너 자신을 평가하되 정당하게 하여라.”는 말과 같이자신을 낮추어 비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사람의 눈은 늘 위에 있는 것과 높은 곳을 향하기에 겸손하게 낮은 곳에 처한 이웃을 눈 여겨 보고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말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마태23,3  

 

아버지라 불리지 말라고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앞자리를 치지하고 아버지 (Father-신부)라 불리는 직업적 죄인(?)인 제가 하는 말은 다 실행하고 지키는 여러분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행동이 개인적 약점으로 인해 옳지 않다면 무시해도 상관없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겸손한 이들을 높이신다고 우리는 매일 기도 하고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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