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 주일 김두진(바오로)신부님 강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혼인하는 집에 술이 떨어지면 큰일이다물론 개신교 신자들은
별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 신자들은 큰일이라 생각할 것이다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며 일주일 내내 잔치를 벌려야 하는데
그만
가장 중요한 술이 떨어 졌다
. 지금이야 얼른 나가 사오면 될 일이지만
옛날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지를 미리 예측하여 술을 담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

   

성모님은 혼인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주인이나 일꾼들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알린다
. 포도주가 없구나.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
사이에
 포도주가 없다는 것은 옛 계약이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곧 결핍을 나타내는 숫자인 여섯 개의 항아리는 사랑이 결핍되어 있음을 나타내고더욱이 그 항아리는 빈 항아리였다그래서 이제 일곱 번째의 항아리를 향하는데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리실 새포도주
새사랑이 필요해 졌음을 암시해준다곧 새 계약의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의 말씀에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라며 냉정한 대답으로 응답하신다믿음과 신뢰를 오롯이 담은 어머니의 요청에 칼로 무를 베듯 정확히 선을 긋는 예수님의 태도는왠지 어머니와 거리를 두는 것이어서 조금 당혹스럽다여기서
요한복음서의 저자는 예수님과 성모님을 모자의 관계보다는 성모님이 진정한 믿는 여인이었으며 예수님의 제자였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예수님의 때는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는 때를 말한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성모님은 그 분이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하시든 그대로 따르라 하신다. 성모님께서는
이처럼 자신의 뜻이 아닌 예수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신다
성모께서는 명령이 있기도 전에
이미 순명 하셨다
. 믿음 안에서 예수님을 이미 잉태하고 계셨듯이믿음
안에서 이미 예수님께 순명 하신다
. 사실 제자들은 오늘의 기적을 보고서야 믿게 되었지만, 어머니 마리아는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예수님의 권능을 믿으셨기 때문이다하느님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신 예수님과 이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내신 어머니는 그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영광이 되시고 그 결과로 위기와 혼란이 있던
잔치에 새 포도주라는 선물을 전달 하신다
.

 

오늘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이 기적의 이야기에서 자칫 그냥 넘어가기 쉬운 일꾼들의
묵묵함과 성실함이 돋보인다
. 그들은 성모님의 지시에 따라 무엇이든
그분께서 시키는 대로한다
예수님께서 6개의
 물독에 물을 채우라 하시니 묵묵히 따르고,
그것을 퍼서 과방장 에게 날라 다 주라 하시니 한마디의 군말도 없이 그렇게 한다
그래서 과방장도
모르는 비밀
즉 이 맛 좋은 포도주가 어디서 나게 되었는지 이 일꾼들이 가장 먼저 알게 된다이제 예수님에 의해 만들어진 좋은 포도주로 혼인잔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고인류는 이 사건의 표징으로 진정한 새 신랑(예수그리스도)의 포도주()로 맺어질
새 계약의 시대를 시작하게 된다
.

 

물독에 물을 채워라

혼인잔치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이 말씀과 함께 표징으로 바뀐다특별히 정결례에 쓰는 물독은 표징의 의미를 아주 잘 드러낸다이스라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정결례는 유다인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대표적인 조상들의 관습 이다

물독에 새롭게 물을 채운다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것이고
이 시대는 종말을 향한구원의 완성을 향한 시간이다이 시간은 물을
채우도록 하는 예수님과 함께 시작되고 예수님은 좋은 포도주 같은 기쁨을 선사하는 분으로
구원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는 분이심이 드러 난다
.

 

표징은 기존의 것과는 다름을 알리는 신호표시징조를 말한다예수님의 세례로 시작된 공생활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 사건을
 표징으로 하여 그분의 때에 돌입했음을
선포한다
특별히 오늘 복음은 카나에서의 사건을 표징이라
단정짓는데
카나의 사건은 그저 놀랍고 기이한 행적에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뭔가 이전과는 구별되는 다른 시간다른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명백한 징조이며 신호이기 때문이다
.
 

 

우리도 성모님 같이 내 자신 보다 더 곤궁에 처해있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면 좋겠다
흥겨운 혼인잔치를 위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일꾼들처럼좋은 세상을 위해 숨어서 묵묵히 일 하시는 많은 의인들을 기억하자그들
덕분에 혼인잔치는 기쁨의 잔치가 되고
그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그리고 성모님께서
요청하시듯
뭐든지 그분께서 
시키시는 대로 움직이는 믿음의 사람이 되자그럴 때
우리는 지난 주일에 들었던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딸(아들)”이라 시던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며나 때문에 기뻐하시는
주님의 모습이 우리 눈에 선하게 비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