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가려진 주님

 

 

 

 

 

구름에 가려진 주님

 

 

지난 며칠 날씨가 쌀쌀하다가 금요일부터 날씨가 풀린 듯합니다. 구름에 해가 가려 따뜻한 빛을 보내지 못해서 추웠던가 싶습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부활 대축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구에서는 부활 제7주일로 옮겨 지냅니다. 이날은 말 그대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뒤 하늘로 올라간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셨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은 신약성경에 단 두 군데에서만 나타납니다. 루카복음과 사도행전에서인데 두 성서의 저자가 같은 사람이었음을 안다면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루카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 "축복하시면서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그들은 엎드려 예수께 경배하고 기쁨에 넘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루카 24,50-53)고 전합니다. 오늘 우리가 제 1 독서로 들은 사도행전은 조금 더 친절하게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했고 "마침내 구름에 싸여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고 묘사합니다. (사도 1,9-11). 그런데 같은 저자가 썼지만 하늘로 올라간 시기는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루카복음서에서는 문맥상 부활 다음날 아침이고, 사도행전에서는 40일 동안의 활동 기간 후에 승천하는 것으로 서술이 되어있습니다. 왜 유독 사도행전에서만 예수님께서 40일이 지나서 승천하셨다고 하는 것일까요?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활동, 즉 사도들의 선교 사업을 소상히 적은 책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선교는 인간적 사업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친히 이끄시는 사업입니다. 사도행전에는 사도들이 언제나 주님의 영, 성령, 천사, 환시 등 신비로운 힘에 의해 움직입니다. 사도행전을 기록한 루카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곧바로 승천하신 후 사도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능력에 따라 교회를 창립하고 선교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전에 40이란 숫자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40이란 숫자는 중요한 일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모세도, 엘리아도, 40일을 단식하며 하느님을 만났으며 이스라엘 백성들도 약속의 땅을 가기위해 40년을 준비해서 들어갔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시며 공생활을 준비하신 것처럼 제자들도 40일 동안 준비하는 시기를 거친 후 하느님의 사업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말씀입니다.

 

사도행전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고 전합니다.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시어 토끼가 절구질 하고 있는 달나라로 가신 것이 아니라, 구름에 감싸여 더 이상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셨다는 말인데 이런 표현은 성경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탈출 24,15에서는 모세가 산으로 오르자 구름이 산을 덮어 모세를 볼 수 없게 만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마태 17,5; 마르 9,7; 루카 9,35) 거기서도 구름이 모두를 덮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구름이 누군가를 덮을 때 항상 주님의 뜻이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모세가 오른 산이 구름에 감싸인 뒤에는 하느님의 뜻인 계명이 주어집니다.

예수님께서 변모하신 타보르 산 위에서는 구름이 모두를 덮은 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들으라는 말입니다.

 

이는 예수님 승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구름이 그분을 덮자 주님의 천사들이 나타나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계획을 전해 줍니다.(사도 1,10)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그러면서 천사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라고 묻습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인데, 왜 하늘만 쳐다보고 있냐는 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늘만 보고 있지 말고,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세상 끝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라는 권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말씀하십니다. 마태오 복음서가 비록 주님의 승천 이야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복음서의 마무리 구절을 통해 하늘만 쳐다보고 있지 말고, 가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 을 행하라는 사도행전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처럼 구름과 함께 하느님의 뜻이 전해지는 것에서 우리는 구름이 하느님께서 머무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실제, 구약성경에서 구름은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자(탈출 19,9), 주님 영광이 드러나는 장소(탈출 16,10)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구름 기둥 속에 계시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시고 그들을 구원하십니다.(탈출 13,21; 14,24) 결국, 구름이 예수님을 감싸 안았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현존의 장소로 들어가셨음을,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자리에 오르셨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구름에 가린 태양은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름 저편에는 밝게 빛나는 태양이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예수님께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됨은 당신의 일을 우리에게 맡기고 아버지께로 돌아가심으로써, 우리가 당신의 일, 곧 이 땅에 하느님의 뜻이 충실히 이루어지게 하는 일을 행하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고아처럼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오늘 복음이 전하듯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구름 기둥 위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계십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바를 기억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며 주님의 증인이 되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 끝 날까지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며 그분의 증인으로 살아간다면, 주님께서는 구름을 타고 올라가신 그 모습으로 반드시 우리에게 다시 오실 것입니다.

 

                                                                                                                                                                                                  – 김 두진(바오로)신부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