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 대림 제 2 주일 Fr. 김두진바오로 강론

 

12 8일 대림 제 2 주일

당뇨가 높아져 밥을 안 먹은 지 오래다. 그래도 사제관 냉장고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두부, 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다. 이 것만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김치와 돼지고기 거기에 두부까지 생각하면 김치 찌게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바쁠 때는 김치와 두부 한 모면 한 끼로는 충분하다. 김치는 건강에도 좋고 당에도 문제없으니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고 외치는 세례자 요한의 말씀을 듣는다. 1 독서에서는 높은 산과 오래된 언덕은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져 평지가 되라고 명령하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바룩 5,7) 복음에서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씀(이사 40,3-5)이 인용하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4-6) 고 한다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낮게 하고 굽은 길은 곧게 하고 거친 길을 평탄하게 하라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 이 말씀을 우리 내면의 상태로 보면 어떨까 싶다. 골짜기는 인간관계 에서 상처로 인해 깊숙이 패인 마음이고, 산과 언덕은 끝닿은 줄 모르게 높이 솟은 교만한 마음이며, 굽은 길은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비뚤어진 마음이요, 거친 길은 주변에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내달리는 고집스러운 마음을 상징하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의 상처 받은 마음, 교만한 마음, 비뚤어진 마음, 고집스러운 마음을 메우고 낮게 하고 곧아지게 하며 평탄하게 만들어야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2독서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기도하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 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 지 분별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필리 1,9-11) 우리게 오시는 주님을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기도를 통해 주님을 체험하고 영적 식별력을 키우는 작업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이 우리 자신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기도를 통해 주님을 체험하고 영적 식별력을 키우는 작업은 마치 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것처럼 시간이 필요하다.

 

김치를 담그는데 빼놓으면 안 될 중요한 두 가지가 있는데, 소금과 김치 통이다. 배추가 김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소금간이 배추 속으로 들어가 뻣뻣한 배추가 숨이 죽어야 한다. 또 하나는 김치 통에 양념을 품은 배추가 잘 잠기게 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저절로 맛있는 김치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처럼 소금인 주님 말씀이 우리게 뿌려져야 교만하고 뻣뻣하고 이기적인 우리 모습이 죽고 인간 본래의 맛과 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김칫독이 배추가 푹 잠기듯, 주님께서 우리를 품을 수 있도록 자신을 맡겨드려야 한다. 그래야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맛있는 김치가 될 수 있다. 잘 익은 김치는 믿고 기다린 숙성의 결과다. 이처럼 우리도 성숙의 시간을 갖고 상처 받은 마음을 주님 자비의 마음으로 메우고, 교만한 마음을 겸손한 마음으로 낮추고, 비뚤어진 마음을 순수한 마음으로 곧게 하고, 고집스러운 마음을 의지하고 내맡길 수 있는 평온한 마음으로 바꿔가야 한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 소중한 하느님을 만났다. 이제 그 소중함을 간직한 채 그분께서 기뻐하실 일을 해야 한다. 반목과 미움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난 일들, 그 깊은 골짜기를 메우고 교만과 자존심의 산과 언덕들을 낮추는 일, 그리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패이고 잘려 나간 거친 마음의 길을 평탄하게 만들어 진정 가슴 속에서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의 기도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 같은 평화의 길을 걷는 것이 주님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오시는 아기 예수님이시다. 그분께서 손짓 하시며 우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계신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필리 1, 6)

 

오소서 주님, 저희 마음에 어서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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