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연중 제 16 주일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총에 맞았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미국에서 총격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지만, 대통령후보를 유세 중에 암살을 시도하는 일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총을 쏜 사람은 20세의 젊은이였고 경호원에게 그 자리에서 사살 당했기 때문에 무슨 연유로, 혹은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세상이 무섭다.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 혹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모두 적으로 간주되고 그게 누구이던 간에 죽여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두렵다. 이 세상에 옳은 살인은 없다. 어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람을 죽일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행여 우리의 삶도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으려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짓밟으며 경쟁함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움에서 이기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면 이 못지않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싶어 섬뜩해 진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선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이 예수님 주위로 모여들어 그간의 일들을 보고한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 보람과 아쉬움을 헤아리시는 예수님은 그들에게 영육의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주님은 일단 외딴곳으로 떠나서 쉬라고 하신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라고 오늘 복음은 전한다.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제자들에게 좀 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참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눈코 뜰 겨를 없이 지낸 사람들에게 쉼은 그저 놀고먹는 것이 아니고 재충전을 위한 머무름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바람과는 달리 제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하신 쉼은 안타깝게도 불발되고 만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쫓아온 군중이 먼저 그곳에 도착해서 갈망 가득한 눈으로 예수님 일행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목마르고 허기지고 불안해하는 양들 같은 그들을 보시고 흡사 목자 없는 양들의 처지와 같다고 생각하신다. 그 들에 대한 연민의 사랑이 예수님 마음을 움직여, 예정했던 쉼을 미루신 채 그들에게 다가가 가르치시고 치유해 주신다. 제자들의 피로를 어루만져 주시며 동시에 군중의 갈증을 풀어 주시는 예수님은 정녕 인간이 겪어야 하는 모든 고통과 아픔에 함께하는 분이시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면 되고, 다른 사람에게 구차하게 손 벌리지 않고 살면 되지. 또 굳이 도움을 주려고 애쓸 필요 없이 나 하나 잘살면 그만이지.’ 혹은 ‘당신이 걱정한다고 변하는 것 하나도 없으니 당신 걱정이나 하며 살게.’ 참 많이 듣는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의 순간들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차별이 있어. 나 혼자 발버둥 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니 지구촌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인데 내가 나서서 될 일이 뭐 있을까? 그럴 바엔 나만이라도 시간의 여유를 갖고 살아야지. 쉴 줄도 알고 즐길 줄도 알아야지!’
오래 전부터 이미 길들여진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합리화 내지 정당화시켜보려는 그런 식의 얄팍한 논리야 말로 더불어 살아야 할 세상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나만 잘살기 위해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신앙인들은 예외 없이 어느 누구에게 서도 눈길을 떼지 않으신 주님을 닮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들어 많은 것을 가르치신” 예수님! 사람들에게 눈길을 떼지 않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시고 해결해 주신 예수님! 이제는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란 끊임없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민과 자비와 사랑의 주님! 그래서 우리는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하고 화답송에서 노래했다. 일용할 양식으로 육의 생명을 떠받치시고 말씀과 성체로 영의 생명을 풍요롭게 하시니 우리는 그분과 함께 아쉬울 것이 없는 우리다. 당신 이름 위하여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고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해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니 두려울 것 없는 우리다.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를 것이니, 오래, 오래 주님 집에 살아가는 우리다. 그래서 주님은 나의 목자 이시니 아쉬울 것이 하나 없는 우리다.
먼저 폭력과 증오의 매연이 가득한 세상을 피해 착한 목자이신 주님 앞에 머물며 그분 사랑의 눈길을 듬뿍 받아 재충전되어 그분을 닮은 측은지심으로 세상에 위로를 이웃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우리였으면 한다.